국내 채권시장이 발행잔액 기준으로 1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선 데다 채권 만기가 장기화된 데 따른 것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채권 발행잔액은 130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90조2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2008년 955조원에 머물던 채권 발행잔액은 2009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차상기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팀장은 “지난해 채권 발행액은 전년에 비해 4% 감소했지만 채권 만기가 길어지면서 발행잔액이 7% 증가했다”고 말했다. 채권 잔존만기는 2010년 3.37년에서 지난해 3.65년으로 늘었다.

지난해 특수채와 통안채 발행액은 전년에 비해 각각 5조7000억원, 51조1000억원 감소한 70조6000억원, 19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 발행은 21조원 늘어난 73조원을 나타냈다. 시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우호적인 발행여건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장기채 발행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A급 이상이 85%를 차지해 발행시장 양분화는 지속됐다.

지난해 채권 장외거래량 역시 5782조원으로 전년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권사 거래량이 3408조6000억원으로 59%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4.7%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은 41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2010년에는 64조3000억원이었다. 차 팀장은 “전년 대비 순매수 규모가 감소했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 속에서 원화표시채권이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