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가 지난 12월29일 출범 이후 1주일이 지났다. 경기도 용인시 마평동에 들어선 알뜰주유소 1호점엔 여전히 차들이 몰리고 있다. 주변 주유소들은 ℓ당 10원 정도 가격을 내렸지만, 알뜰주유소에 비해 여전히 30원 정도 비싼 탓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다.

알뜰주유소 1호점 반경 800m 내에 위치한 한 주유소는 알뜰주유소가 들어서기 전 ℓ당 1889원에 팔던 휘발유 가격을 1879원으로 10원 내렸다. 다른 인근 주유소도 1878원에 판매 중이다. 그렇지만 ℓ당 1843원에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알뜰주유소와는 여전히 30원가량 차이가 난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가 들어선 이후 매출이 절반도 안 나온다”며 “한달 매출이 450만원을 좀 넘는 수준인데, 여기서 주유소 유지·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뭐가 남겠느냐”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이 주변은 교통량이 많지도 않고 화물차 통행량이 많아 경유 차량이 주 고객”이라며 “기름값이 비싼 서울에나 알뜰주유소를 만들지, 전국 평균가보다 늘 가격이 낮은 곳인데 주유소 부지가 싸다는 이유로 알뜰주유소를 세워 지방 주유소들만 죽어나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실제 마평동 주변 도로는 용인시 터미널 등으로 빠져나가는 주요 도로로, 주변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물류센터들이 모여 있다. 알뜰주유소 1호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경동은 앞으로도 경주, 부산 등에 총 10개의 알뜰주유소를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지방 외곽지역 주유소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주유소를 매매하거나 폐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알뜰주유소 주변인 만큼 주유소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폐업을 하려고 해도 유류탱크 처리비 등 사업을 정리하는 데만 1억원가량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