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전 예고 없이 KBS 수신료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5일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미디어렙법 통과를 부담스러워하는 한나라당이 문방위 회의를 파행으로 끌고 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KBS 수신료 인상안을 꺼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문방위 전체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회의는 예정 시간보다 2시간이 지난 12시께 시작됐다.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따로 모여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가 시작되자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미디어렙법은 전체 광고시장과 연계된 것이고, KBS 수신료와도 직결돼 있다”며 “수신료 인상 등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같은 당 소속 전재희 문방위 위원장은 심사 보고도 듣지 않고 이를 바로 안건으로 채택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를 날치기로 인상하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찬열 의원은 “수신료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며 “수신료 문제를 느닷없이 꺼내드는 것은 저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안규백 의원은 “절차와 과정이 무시되면 정당성도 담보될 수 없다”며 “KBS 수신료 문제를 기습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렙법이 종합편성채널 방송에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종편 방송의 반대가 심해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문방위 회의를 파행시키기 위한 의도적 행동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