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혁신가 DNA'는 따로 없다…남다른 '행동패턴'이 있을 뿐
‘혁신’이 시대의 화두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판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멀찌감치 앞서 나갈 수 있는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혹시 혁신은 타고난 혁신가에게만 부여된 재능이 아닐까. 누구나 혁신가라고 생각하며,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책마을] '혁신가 DNA'는 따로 없다…남다른 '행동패턴'이 있을 뿐
제프 다이어 브리검영대 교수, 할 그레거슨 인시아드(INSEAD)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 세 사람은 그런 생각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여기듯이, “혁신가 DNA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후천적으로 배워서 키울 수 있는 게 혁신력이요 창조적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8년여에 걸쳐 파괴적 혁신가와 혁신적 기업의 특성을 연구한 결론이다. 《이노베이터 DNA》는 그 최종 보고서 격이다.

저자들은 피에르 오미디야르 이베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 등 100명이 넘는 미국 혁신 기업가들을 인터뷰하고 설문했다. 혁명적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한 이들 외에도 혁신적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토대로 기업을 일으킨 창업주와 CEO들도 아울렀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적 ‘발견 행동 패턴’을 뽑아냈다. 모두 다섯 가지다.

첫째, 혁신가들은 ‘다르게 생각한다’. 모두들 ‘연결하기’에 뛰어나다. 겉으로는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도 하나로 묶어내는 사고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잡스가 “창조력이란 현상이나 사물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잡스는 이어 “(창조적인 사람들도)실제 자신이 한 것은 별로 없고, 그저 뭔가를 보고 자신이 했던 경험들을 연결시키고 종합해 새로운 것이 나오도록 했을 뿐”이라고 했다. 15세기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예술, 과학 등 여러 이질적인 역량을 모아 ‘메디치 효과’를 폭발시키며 르네상스를 견인한 것처럼 말이다.

둘째, 혁신가들은 ‘질문하는 사람’이다. 아인슈타인이 “올바른 질문만 할 수 있다면”하고 주문을 외듯 말한 것처럼 혁신가들에게는 ‘질문하기’가 삶의 방식 그 자체란 것이다. 소아마비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가 “올바른 질문을 찾아내면 답은 규명할 필요없이도 나타나게 돼 있다”고 한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질문에 그치지 않고 ‘관찰’하는 것도 혁신가들의 행동 특성이다. 인투이트 창업주 스콧 캇은 “우리 회사에서는 관찰이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공언한다. 인도 타타자동차가 2009년 세계 최저가 자동차 ‘타타 나노’를 내놓게 된 것도 한 가족이 고생스럽게도 빗속에 스쿠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본 라탄 타타 회장의 관찰에서 비롯됐다.

넷째, 혁신가들은 질문하고 관찰하면서 도출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검증하는 데에도 힘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배경과 사고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네트워킹’에 주력한다. 다섯째, 그래서 추려진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보는 실험에 몰두하며 아이디어에 살을 입힌다.

저자들은 이들 혁신가의 발견 행동 패턴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습을 통해 습관화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고 개량할 수 있는 ‘행동유전자’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하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달리 유용한 게 아니다. 그렇게 보통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점이 이 책의 덕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 개인이 혁신가가 되면 조직과 기업도 자연스레 혁신적이 되는 것일까. 저자들은 ‘아니다’고 답한다. 성공적 혁신가들의 발견 행동 패턴이 조직을 통해 성공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3P, 즉 사람(People), 프로세스(Processes), 경영철학(Philosophies)이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혁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고, 직원들의 혁신 능력을 키워주는 시스템을 정립시키며, 혁신이 전 조직의 일이라는 철학을 심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직원들이 현재에 이의를 제기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