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는 중공업 분야에서만큼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가 돼 있을 겁니다.”(김선화 양) “중공업 사관학교가 우리 사회의 학력위주 문화를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송채원 양 아버지)

5일 대우조선해양의 중공업 사관학교 1기생 입학식이 열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3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중공업 사관학교에 입학한 104명 고졸 인재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중공업 전문가가 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대우조선은 전문인재를 조기 육성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으로 사무·기술직 고졸 사원 공채를 실시했다. 조선업계에서 생산직이 아닌 사무·기술직에서 고졸 직원을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공업 사관학교는 이들을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세운 대우조선해양의 자체 교육기관이다.

입학생들은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대학을 나와야 대접받고 성공한다’는 기존 사회 관행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반론을 제기했다. 김양은 “대학을 가는 이유도 나중에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며 “하고 싶은 일에 확신이 있다면 굳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실무경험을 쌓는 게 미래를 위해 더 생산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공현 군은 “요즘에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4년간 실무경험을 쌓아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선박설계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녀들이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데 대해 불안감이 있던 부모들도 세계 최대 규모인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보니 믿음이 간다는 반응이었다. 김양 어머니는 “20대 초반에 대학을 다니며 느낄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기도 했다”며 “하지만 세계 3위 조선소의 실제 모습을 보니 이 안에서 잘 적응하고 어떻게 자기 역량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양의 아버지는 “오빠는 KAIST에 다니고 남동생은 외고 출신인 만큼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데에 불안함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KAIST나 외고를 나오는 것과 또 다른 성공이 있을 것이란 믿음이 든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채용돼 1년 동안 중공업 사관학교에서 합숙하며 인문, 사회과학, 교양, 어학, 예체능 등 소양 교육을 받은 뒤 현업 부서에 배치돼 3년간 업무와 병행해 심화 교육을 받게 된다. 회사 측은 이 같은 4년 기본 교육을 포함, 총 7년간 사내외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대졸 신입사원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대우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입학식에는 1기생 104명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이영만 중공업 사관학교장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학부모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남 사장은 “오늘 이 입학식은 친구들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세상과 일을 배워 자아를 성취하는 등용문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거제=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