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은 펀드와 일임형을 더한 총관리자산(AUM)이 23조원으로 국내 운용사 중 5위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약 10조원)만 따지면 미래에셋자산운용(13조원)에 이어 2위다. 계열사 자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로 규모를 키우기보다 오로지 펀드 운용에만 역량을 집중해 ‘펀드 명가’라는 명성을 쌓아왔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경제신문이 제정한 제21회 다산금융상의 자산운용부문 금상을 4일 수상했다.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56·사진)은 “원칙에 입각한 투자를 통해 고객에게 최대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작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부진했는데.

“다른 운용사들이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에 투자할 때 원칙에 입각한 투자를 하다 보니 시장 평균을 따라가지 못한 건 사실이다. 최근엔 빠른 속도로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대로 업계 상위권이다. ‘한국투자 중소밸류 증권펀드’는 지난 한 해 15%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올해 운용전략은.

“시장은 유럽의 유동성 위기 우려감이 진정되는 2월 이후부터 회복될 것으로 본다. 경기 회복은 가능하지만 글로벌 저성장은 불가피해 지역과 업종별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다. 지역별로는 이머징 국가가 양호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종별로도 이머징 인프라 투자와 이머징 소비 관련 종목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은 좋았다.

“크게 두 가지 테마에 중점을 둔 것이 적중했다. 모바일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예상해 관련 종목 비중을 늘렸고,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소비자들이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게임·콘텐츠주에 주목했다.”

▶올해도 중소형주가 괜찮을까.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롱텀에볼루션(LTE) 등의 신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부품이나 장비업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바일 환경이 계속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 모바일 콘텐츠 관련주도 좋을 것으로 본다.”

▶국내 펀드엔 어떻게 투자해야 좋은가.

“올 증시는 유로존 국채 만기 시점인 1분기 이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상저하고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거치식 투자자는 상반기 중에 내수와 관련된 성장주를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적립식 투자자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시황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해 나갈 것을 권한다.”

▶해외펀드 투자전략은.

“국내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세금이 부과되면서 해외펀드 인기가 시들해졌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국내 투자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 국내와 해외투자 수익률 차이는 없어질 것이다. 국내 주식에도 양도차익을 과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해외펀드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해외펀드 중 유망 투자처는.

“지역별로는 중국 투자가 유망하다. 중국 경제는 경기 하강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물가상승이 안정되고 정책당국이 긴축을 완화하면서 1분기 이후부터 완만한 경기 회복을 할 것이다. 해외펀드 전반적으로는 글로벌 자산배분형, 이머징 채권, 절대수익추구형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