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근거로 검사의 내사나 진정 사건 등 ‘하청 수사’ 접수를 거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구 수성경찰서에 이어 대구 성서경찰서, 대전 대덕경찰서, 인천 중부 및 부평경찰서, 전주 덕진경찰서, 충북 음성 경찰서도 검사 수사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경찰청이 최근 검사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등 총 17개 세부항목으로 이뤄진 ‘수사실무지침’을 일선 경찰에 내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이 지침은 검찰이 고소·고발 등을 접수한 후 경찰이 수사할 것을 지휘해 이첩한 경우에는 송치 전 지휘를 받지만 검찰 내사나 진정 사건은 수사 개시 전 내사 단계로 분류해 사건을 아예 접수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 경찰서의 한 경정급 간부는 “아직 내사 수사 사건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오면 바로 지침에 따라 반송할 것”이라며 “검찰에서 내사 사건을 가지고 오는 직원에게도 ‘어차피 반송할 테니 가져오지 말라’고 일러뒀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서의 과장도 “검찰도 이제 우스운 꼴 당하지 않으려면 굳이 내사 사건을 일선 경찰에 내려보내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청장 퇴진’을 요구하는 경찰 내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퇴진을 요구하는 경찰들은 “조현오 청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전국 수사형사과장 워크숍과 30일 전국 지방청장 화상회의에서 개정 형소법에 합의한 것이 잘못이라면서도 자신의 퇴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청장 사퇴는 자신이 행한 잘못에 대한 응분의 책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퇴 의사가 있느냐’는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그럴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고 최 의원이 전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