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식 쇼핑'에 11조2800억 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이 올해 11조2800억원가량을 주식에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연기금의 지난해 순매수 규모는 12조8000억원이었다. 상대적으로 올해 투자 규모가 작아보이지만 연기금은 시장이 나쁠수록 투자 규모를 계획보다 늘렸다는 점에서 올해도 증시의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매수 규모 증가가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금이 선호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주식 투자 10조원 늘려

연기금  '주식 쇼핑'에 11조2800억 쏜다
올 경제 전망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연기금은 오히려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로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 장기투자자인 연기금에는 매수 기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체 운용자산의 18%였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 19.4%까지 늘리기로 했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운용자산이 340조원에서 2012년엔 397조원까지 늘어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주식 투자 금액은 1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학연금은 24%였던 운용자산 대비 주식 비중을 올해 최대 26%까지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22%의 주식 편입 비중을 나타냈던 공무원연금도 27%까지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이 같은 주식 투자 비중은 상황에 따라 5%포인트씩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지난해 기금운용계획에서 6조9000억원을 주식 신규 투자에 배분했던 국민연금이 실제로는 10조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다만 우정사업본부는 주식 신규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일부 연기금도 올해와 비슷한 주식 편입 비중을 유지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해 신규 투자 금액을 책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매수 종목 관심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시장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장이 생각보다 침체될수록 연기금의 신규 투자 금액은 늘어난다. 증시 하락에 따라 시가로 평가되는 투자 비중도 줄어들면서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야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말 주식 편입 비중 목표치를 달성했지만 증시 하락으로 시가가 떨어지자 연말까지 순매수를 지속했다.

연기금은 지난달부터 증시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11월10일부터 12월23일까지 32거래일 연속 2조2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장 순매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3일에도 6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째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의 투자 규모가 큰 만큼 개별 종목에 대한 연기금의 영향은 크다. 현대증권이 최근 2개월간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연기금이 매수한 종목의 수익률(0.34%)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46%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 종목이 3.4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하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기금의 영향력은 상반기에 더 클 전망”이라며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경우 박스권 하단에서는 연기금이 순매수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