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올해 연간 순이익 4000억원 감소를 감수하면서 국책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상장 업체로서 혹평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높은 수익성이란 투자매력이 감소하면서 주주가치는 훼손됐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3일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라고 공시했다.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2000억원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당권 설정비 은행 부담, 제수수료 인하 및 감면, 중소기업 무료컨설팅 등을 통해 추가로 2000억원의 순이익을 희생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기업은행은 보증부 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키로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이자자감소 규모는 500억원 규모로 예측됐으며, 신용·담보대출 금리안하 결정으로 인한 450억원, 근저당설정비용 550억원 등을 감안하면 25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이 추가로 줄어들게 됐다.

기업은행의 2012년 순이익 추정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1조7500억원에 형성돼 있었지만 1조3500억원대로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추정치 대비 20% 이상 감소한 수치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이날 "기업은행의 2012회계연도 자기자본이익률(ROE) 전망치 역시 기존 12.8%에서 9.9%로 하향 조정한다"며 "2012회계연도 순이자마진(NIM) 전망치는 기존 2.60%에서 2.35%로 대폭 하향한다"고 밝혔다.

기존 높은 수익성으로 은행 업종에 비해 프리미엄을 받았던 부분이 소멸되고, '국책은행 디스카운트'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임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적극적인 자산 성장 결과 이익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주주에게 긍정적일 수도, 이번과 같이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 해야 하는 경우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닐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이슈는 주주들에게는 매우 좋지않은 뉴스"라며 "특수은행인 기업은행에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의 투자의견도 속속 내려잡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이날 기업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1만67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19.2% 내려잡았다.

NH투자증권도 앞서 기업은행의 투자의견을 '시장평균'으로, 신영증권도 '중립A'로 하향 조정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만약 유럽 재정위기가 더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외환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오히려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순이익 감소에 따라 투자의견과 적정주가 조정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달간 기업은행은 코스피 대비 14.6% 하락해 은행업종 중 가장 저조했다"며 "현 주가는 중소기업지원에 따른 순이익 감소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돼 '매수'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