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2] "건설업도 컨버전스…이젠 파이낸싱 동원력 갖춰야"
“건설업도 이제는 컨버전스(융합)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사업 기획력과 기술력은 물론 자금을 동원하는 파이낸싱 능력까지 갖춰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선 2012] "건설업도 컨버전스…이젠 파이낸싱 동원력 갖춰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62)은 “임진년 새해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선다”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융합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은 국내 주요 산업 가운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이다. 건설 경기 및 부동산 시장 침체로 100대 건설사 중 25개 업체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에 들어가 있을 정도다.

그는 “융합을 통해 종합적인 대응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더 빨리 잘 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해법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외 건설시장도 중동 일변도가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에서 플랜트·토목·건축공사를 융합해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지요.”

서 사장은 “지난해 리비아 사태를 겪으면서 다각화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주력 시장인 리비아가 내전으로 매출이 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눈앞이 캄캄했다”며 “꾸준하게 개척해 온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등 중동 시장에서 발전소 등 대형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망한 해외 건설시장으로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인 앙골라 모잠비크, 남미의 콜롬비아 칠레 페루, 동남아의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원유 등 자원이 풍부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시장에서 심화 조짐을 보이는 국내 건설사들 간 ‘제 살 깎아 먹기’식 저가낙찰 경쟁에 대해선 ‘지혜로운 대응’을 주문했다. 서 사장은 “일부 해외 발주처는 낙찰업체와 2위 업체가 한국 회사일 경우 2위 업체를 불러다가 ‘낙찰 금액보다 싸게 공사할 수 있겠냐’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깎고 있다”며 “일본 업체들은 자기들끼리 철저하게 페어플레이를 한다”며 아쉬워했다. 지나친 과당 경쟁은 단순한 수주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 손실과 국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병폐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시장에 늦게 진출했다는 자기 반성도 했다. 서 사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2000년대 중반 분양만 하면 다 팔리는 주택시장 호황세에 취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 못했다”며 “대우건설도 당시 해외 매출 비중이 15%에 불과했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건설사들을 부도 위기로 몰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분별한 PF를 남발한 건설사의 잘못이 크지만 건설사가 모든 책임을 지는 현재의 PF는 일종의 대출금에 불과하다”며 “금융권의 리스크 분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사장은 올해 목표로 ‘인재 육성’과 ‘사회 봉사’를 꼽았다. 해외수주의 주요 기반인 발주처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도, 현장의 효율적 관리도 결국 직원이 하는 만큼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사회 공헌이 필수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서 사장의 장래 공략 대상은 역시 해외 시장이었다. 올해 수주 목표 15조원 중 7조원을 해외에서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올해 해외에서 수주의 45%, 매출의 40% 이상을 거둘 계획”이라며 “대주주인 산업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해외 부문에서 수주 55%, 매출 50%를 올려 ‘글로벌 톱10’ 건설사로 도약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