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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과 맞바꾼 재정개혁…美 전후 최장기 호황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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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혁의 아젠다, 성공한 리더십
    신년기획 선택 2012 (2) 빌 클린턴 前 미국 대통령

    국가경제가 우선
    민주서 '배신자' 비난 쏟아졌지만 적자 감축 뚝심있게 밀어붙여

    아젠다 끈질기게 실천
    장기성장 정책 지속 추진…국가이익 위해 정적과도 손잡아
    지지율과 맞바꾼 재정개혁…美 전후 최장기 호황 일궜다
    지지율과 맞바꾼 재정개혁…美 전후 최장기 호황 일궜다
    1993년 1월7일. 아칸소주 리틀록에 있는 주지사 사무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와 참모들이 모여 앉았다. 설전이 오갔다. 주제는 선거 공약이었던 재정적자 감축. 참석자들은 결론을 기대하지 않았다. 재정감축을 하려면 클린턴의 지지기반과 관련된 중산층 감세 등 다른 공약을 희생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쯤 지나 클린턴은 회의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난 경제를 다루기 위해 뽑혔습니다. 재정감축이야말로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입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첫 번째 아젠다가 ‘재정감축’으로 결정된 순간이었다. 클린턴은 민주당 내에서도 좌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전통적 우파의 아젠다 ‘재정개혁과 균형재정’을 첫 손에 집어든 것이다. 이 결정이 미국을 전후 최대 호황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지율보다 국가경제를”

    지지율과 맞바꾼 재정개혁…美 전후 최장기 호황 일궜다
    민주당이 들끓기 시작했다. “공화당보다 더한 민주당원” “배신자”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재정감축을 위해 일부 저소득층 지원 예산을 삭감키로 한 것 등에 대해 반발했다. 클린턴은 굴하지 않고 ‘향후 5년간 매년 재정적자를 1300억달러씩 축소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도 포함시켰다. 공화당은 증세를 걸고 넘어지며 반대했다. 백악관 참모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렸다. 여론도 악화됐다. 지지율이 대선 때 득표율(43%)보다 한참 낮은 28%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클린턴은 재정개혁을 밀어붙였다. 결국 그 해 8월 공화당의 반대 속에 재정개혁안이 상·하원을 통과했다. 하원에선 2표차,상원에선 1표차의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클린턴이 지지율을 버리며 실현한 첫 아젠다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클린턴 취임 전 한 해 2900억달러에 달하던 미국의 재정적자가 줄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클린턴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에는 재정흑자가 사상 최대인 2362억달러에 달했다. 재정흑자는 2001년까지 이어지다 2002년 ‘아들 부시’ 시대에 다시 적자기조로 돌아섰다. 클린턴 시대는 2차 대전 종전 후 ‘최장기 재정흑자 시대’로 역사에 남았다.

    ◆절제되고 지속되는 아젠다

    흑자로 돌아서기 직전인 1997년. 미 의회 예산처는 “향후 10년간 재정흑자가 66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들뜬 전망을 내놨다. 정치권이 다시 갈라졌다. 공화당은 “감세를 통해 국민에게 돌려주자”고 했다. 민주당은 “사회보장에 활용하자”고 맞섰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향후 10년간 8000억달러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클린턴은 “실패한 정책으로 역행하자는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클린턴은 이와 함께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인준에도 직접 나섰다. 민주당 지지층인 노조의 반대를 무릅쓴 것이다. NAFTA는 전임 부시 행정부 때 타결된 협정이었다. 그는 “세계가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설득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장기 경제성장에 대한 절제되고 지속적인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를 특징짓는 상징이었다”고 표현했다. 미래 국가에 이익이 되는 아젠다를 끈질기게 실천했다는 얘기다.

    클린턴 시대(1993~2000년) 미국 경제는 황금기를 구가했다. 경제는 연평균 3.9% 성장했고 물가는 2.6% 상승에 그쳤다.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5.2%로 억제됐다.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로부터 이어받은 9년 만에 가장 높은 7.5%의 실업률과 최악의 재정적자를 극복한 성과이기도 했다. 1980년대 일본의 맹추격에 떨던 미국은 정보기술(IT) 혁명과 벤처붐으로 세계의 성장을 이끌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지능적 중도전략

    클린턴은 자신의 아젠다를 성공시키기 위해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삼각화) 전략’을 구사했다. 좌우파를 뛰어넘어 미래 지향적 대안을 찾는 전략이다. 삼각형 아랫변 두 꼭지점에 민주당과 공화당을 놓고 위쪽 꼭지점에 클린턴을 위치시킨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삼각화 전략의 절정은 1996년 대선이었다. 클린턴은 세금 감면, 범죄 퇴치, 성장과 기회 중시 같은 공화당의 전통적 아젠다를 적극 흡수해 중도성향 유권자를 공략했다. 덕분에 재선에 성공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클린턴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리면서 중산층 세금은 깎아주는 절묘한 정책을 폈다”고 말했다.

    ‘스타 액션플랜’이란마케팅도 활용했다. 백악관에 초청하는 인사를 모두 경제 이슈와 연결시키는 전략이다. 유명 스포츠 스타가 백악관을 방문할 때 맞춰 스포츠 산업 육성을 언급하는 식이다. 폴 라이트 뉴욕대 교수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대중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2000년 퇴임 때 클린턴의 지지도는 66%였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지퍼 게이트’와 공화당의 탄핵 공세(1998년)도 경제 살리기에 성공한 그의 인기를 꺾지 못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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