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복지다] 정부는 '인력 빼가기' 막는다지만…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산업공단을 젊은이들이 일할 만한 곳으로 재정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중소기업을 좋은 일터로 만들어 청년들이 적극 취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보호 정책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소기업 인력유출 방지’ 조치다.

정부는 ‘대기업의 부당한 기술인력 빼내기’를 막기 위해 최근 들어 각종 규제를 만들었다.

중소기업 직원을 부당하게 유인·채용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조달물품 제조·입찰에 관한 적격심사 기준에서 감점을 주는 방식으로 정부 입찰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신청 기업의 평가 기준에 이런 불공정 행위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또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운영 중인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확대 개편해 부당한 인력채용 사례를 언제든지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당하게 인력을 빼앗겨도 거래관계 등을 우려해 해당 대기업을 신고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 같은 조치들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가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이다. 한번 중소기업으로 가면 영원히 중소기업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성규 안동대 교수는 “중소기업에서 역량을 키워 대기업으로 가는 것을 막는다는 것 자체로도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 기업 규모가 커지는 것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도 문제다. 중소기업주들은 중소기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각종 세제 혜택과 대출 지원을 받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취업자 입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계속 근무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내 중소기업 중에는 정책자금 배정이나 세금 감면, 공공기관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회사 규모가 커지면 분할 등 편법을 동원,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경제전문가는 “중소기업 가운데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은 독자적으로 생존한 강소기업”이라며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는 과도한 보호정책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