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스마트 대전'가속…SK, 하이닉스 정상화 주목
대우조선 등 대어급 잇단 '딜'…조선·해운은 '칼바람' 예고
유로존 위기와 글로벌 경쟁 격화로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포스코 등 국내 간판기업들은 올해도 격랑의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주요 기업 총수들은 ‘위기=기회’라는 경영 방정식 아래 공격 경영을 예고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 한 해 재계의 주요 이슈를 5대 관전 포인트로 요약해 본다.
(1) 삼성, 노키아 넘어서나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 정상에 등극하느냐가 IT 업계에서는 최대 관심사항 중 하나다. 작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가 된 데 이어, 올해 노키아를 넘어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도 지존 자리에 오를 수 있는지가 주목거리다. 삼성전자와 노키아의 올해 판매 목표를 비교하면 노키아 3억9900만대, 삼성 3억7400만대로 그 격차는 2500만대다.
국내에선 LG전자의 부활 여부가 관심사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고전하면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온 LG전자 휴대폰 사업 부문의 턴어라운드 시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옵티머스 LTE’ 의 호조에 힘입어 올 1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2) 총선·대선 ‘정치 리스크’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몰려 있어 정치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기업 관련 세제 및 규제 분야에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아예 재벌 개혁을 선거 과정에서 쟁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선거철마다 정치권이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 사회적 책임 확대 등을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검찰수사나 세무 조사를 내세워 기업을 압박해온 전철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뚜렷한 ‘정치의 해‘가 될 것”이라며 “넘쳐나는 정치 논리에 경제 논리가 찬밥 신세가 될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3) SK ‘오너 리스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소환조사에 이어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던 SK는 기로에 섰다. 2003년 분식회계 사건으로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8년 만에 다시 맞게 된 시련이다. 부자, 부부, 형제 등을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 관행에 따라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나 불기소 처분될 가능성이 있지만, 경영 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영 공백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정상화다. 최 회장은 본입찰 마감 직전 압수수색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강행했다. SK가 오너 리스크를 딛고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발굴한 하이닉스를 어떻게 정상화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4) 대형 M&A 향방
올해 대어(大魚)급으로 꼽히는 매물은 대우조선해양, KAI(한국항공우주산업), 하이마트,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등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자금 시장 경색 등으로 국내 대형 M&A(인수·합병) 시장은 당분간 활기를 띠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대우조선의 경우엔 지분 19.1%를 보유한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지분 매각을 준비 중이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31.3%)은 캠코와 공동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유력 후보기업인 포스코가 발을 빼면서 각자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캠코 단독으로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AI ,대우일렉트로닉스, 쌍용건설 매각도 유력 후보 기업들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다만 이달 말께 매각공고가 날 예정인 하이마트 인수전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롯데, GS, 신세계 등이 인수 후보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5) 구조조정 한파 예고
경기침체 여파로 올 상반기엔 조선, 해운, 철강, LCD(액정화면) 업계에서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의 경우 채권단이 중소 업체들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 일제 점검에 착수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상위 5개 조선사의 올해 회사채 차환 물량도 2조원 이상에 이르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해운업계는 이미 구조조정 모드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은 작년 말 임원 수를 줄이고 급여를 반납했다. 중소 해운사들의 경우엔 올 상반기 중 최소 3~4개 업체가 ‘백기’를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창민/윤정현/조귀동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