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글로벌 증시,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더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 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겪은 2008~2011년의 세계는 그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님을 보여줬다. 오히려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심리적 요인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팻-테일 리스크 장세’가 보편화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경제 주체들은 시장지배력 강화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대침체기’와 ‘대호황기’가 한순간에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도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시계(視界) 확보 뒤 계획추진’을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성장률과 같은 거시지표는 개선되지만 채산성 지표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 여건에서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 위기론에 얽매어 경기와 주가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개선돼야 한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갖고 있되 새로운 트렌드를 감안한 투자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장기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공공지출 증가를 민간지출 감소로 상쇄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 경기회복 속도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국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올해는 주요 국가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갈수록 선거에서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 심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복지예산 지출 등 국민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이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중심통화 논의도 달러 약세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한다. 벌써부터 달러 약세에 따라 중국 등이 주도가 돼 원유결제 등에 있어서 달러화를 버리고 새로운 통화를 사용하는 ‘탈(脫)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미국 달러와 국채 위상이 흔들릴 경우 대체 안전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국제 간 자금흐름에서는 각종 캐리자금의 움직임을,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히 예의주시해야 한다. 올해도 달러캐리 자금은 미국 밖으로 이탈할 소지가 많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미 금리가 인상될 경우 달러캐리 자금이 미국 내로 회귀하고 이 과정에서 환율, 주가를 비롯해 가격변수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 이후 예상되는 시장성과 채산성 변수를 감안할 때 투자자는 위기와 위기 이후의 상황을 동시에 감안해 투자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위기는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위기가 극복되더라도 체감적으로 위기가 극복됐다고 느끼기에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올해 글로벌 증시, 누가 울고 누가 웃을까?
위기 이후엔 성장률과 같은 눈에 잘 보이는 경제지표는 개선되는데, 정작 기업이 중시하는 채산성은 그만큼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착시현상이 우려된다. 이처럼 착시현상이 나타날 때는 어떤 전략을 가져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착시현상을 무시할 경우 과잉투자 문제에 봉착, 또 다른 부실과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망한 기업일수록 핵심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사업은 전향적으로 투자하되 범용 표준화된 사업은 보수적으로 투자해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자금운용 계획도 범용 표준화된 부문을 줄여 그곳에서 절약된 자금을 핵심과 지속 가능한 투자에 집중하는 ‘페이 고(pay-go)’ 원칙을 적용해 보는 것은 투자지표로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닥칠 새로운 트렌드에 대비해 두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미국의 단일금융개혁법과 한국의 자본시장 통합법 추진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주목,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전략은 브릭스 지역을 공생적 투자, 베트남 등 포스트 브릭스 지역은 화전인(火田人)식 투자 등의 이원적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위기 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증강현실, 엔터테인먼트, 알파 라이징, 빈곤층(BOP) 대상 비즈니스가 뜰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산업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위기 전보다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올해 증시는 이런 준비를 해놓으면 크게 웃고, 그렇지 못하면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