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권말 경제정책' 악순환 벗어나라
지난해 남유럽 재정위기로 증폭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갑작스런 북한체제의 권력승계 등으로 올해 우리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것이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12월12일, 정부는 올해의 글로벌경기침체를 예상한 경제정책방향을 밝힌 바 있다.

그 주요내용은,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여건 악화를 고려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을 40% 늘리며, 공무원채용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같은 날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이 이익을 적게 내더라도, 사람을 많이 뽑아 달라”고 기업들에 주문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숱하게 겪어 왔던 ‘정권말기 경제정책’의 악순환이 또 다시 확대 재생산되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글로벌경기침체가 심화될 때는, 전 세계 기업들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의 시장퇴출 압력이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정부가 해야 될 일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고부가가치 연구·개발(R&D) 지원 및 불요불급한 규제개혁 등 기업경쟁력 확보 지원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동시에, 내수진작과 우리산업 전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보인프라와 항만 등 사회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공투자 확대를 통해 민간부문에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

이렇게 기업경쟁력 제고와 민간수요 확대에 쏟아부어야 할 재원을, 공공기관에서 할 일도 없는 ‘억지 신규 일자리’를 만드는 데 허비해서는 안 된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조만간 또 공공기관 구조조정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더욱 심각한 우려는 글로벌경기침체 때문에, 민간부문의 고용확대 여력이 제한되면서,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사회한계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양극화와 한계계층에 대한 근본적 대책마련은, 시장실패를 교정해야 하는 정부의 고유한 의무이지, 자선사업가나 기업에 그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기업이 이익을 적게 내더라도 사람을 많이 뽑아 달라”는 부탁은, 기업의 대외경쟁력과 국가경제의 건실성, 그리고 우리 사회시스템의 장기적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해서는 안 되는 부탁이다.

올바른 해결책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혁신과 경영혁신을 통한 효율성을 바탕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개혁과 기업경쟁력 확보 지원에 전념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될 더욱 중요한 일은 이런 효율적인 기업들이 창출해낸 이익과 고소득층들의 소득에 기반한 조세수입을 통해, 체계적인 사회양극화 해소정책과 사회한계계층에 지원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요즘 논의되는 고소득층의 납세능력에 부합하는 세제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사회 한계계층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 않도록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이 소득창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효율적 직업 재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

세계적 우환거리가 된 그리스와 이탈리아 경제 처지가 되는지, 혹은 튼튼한 스웨덴 경제를 닮는 계기가 될지는, 글로벌경기침체기에 어떤 경제정책을 선택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정권말기 경제정책’의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를 겨냥해 공공기관과 정부에 ‘억지일자리’를 만들려는 재원을, 민간수요유발효과가 큰 사회적 생산기반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경기침체기를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기회로 활용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실업자와 저소득층에 대한 효율적 직업재교육정책 등 체계적 사회안전망 구축을 서두를 때이다.

김영한 <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