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가세…'창고형 할인점 전쟁' 2라운드
10여년 전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출’됐던 창고형 할인점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교외로 주말 나들이를 떠난 김에 인근 창고형 할인점에 들러 쇼핑하고 돌아오는 트렌드가 생겨난 데다 물가 급등 여파로 한푼이라도 싸게 물품을 구입하려는 자영업자들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러다 보니 코스트코가 독식하던 이 시장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에 이어 킴스클럽을 운영하는 이랜드도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본지 1월1일자 A19면 참조

▶이랜드도 창고형 할인점 진출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코레일 측에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분당차량기지 13만3879㎡(4만498평) 부지를 창고형 할인점 및 아울렛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랜드는 ‘분당차량기지를 유통단지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최초 제안자’로 5%의 가산점을 받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오는 3월 말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전망이다.

이랜드는 개발업체로 선정되면 2013년 착공에 들어가 2014년 말 이곳에 창고형 할인점 및 아울렛 점포를 열기로 했다. 연면적 5만㎡ 크기의 4층 건물로 지어 1층은 창고형 할인점으로, 2~4층은 아울렛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랜드가 이곳에 창고형 할인점을 내기로 한 것은 아울렛과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의류 중심인 아울렛과 식품·생활용품이 주력인 창고형 할인점이 결합하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최저가로 살 수 있는 장소’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어서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는 패션 유통업(NC백화점·2001아울렛·뉴코아아울렛)은 물론 대형마트(킴스클럽)도 오랜 기간 운영해온 만큼 ‘아울렛+창고형 할인점’ 모델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붙는 창고형 할인점 전쟁

신세계가 원래 꿈꿨던 이마트의 사업 모델은 창고형 할인점이었다. 그래서 1993년 문을 연 이마트 1호점(서울 창동점)을 창고형 할인점으로 만들었고, 이듬해에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프라이스클럽도 들여왔다. 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지 못했다. 불편한 쇼핑환경, 불친절한 서비스, 떨어지는 접근성 등이 원인이었다. 창고형 할인점의 빈 자리는 ‘백화점 같은 편안한 쇼핑’을 내걸고 1990년대 말 선보인 ‘한국형 할인점’ 모델이 대체해 나갔다.

창고형 할인점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2~3년 전부터다.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주말에 교외로 ‘나들이 겸 쇼핑’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데다 물가 급등 여파로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에서 물품을 구입하려는 자영업자들이 증가한 덕분이었다.

결국 이마트는 오랜 검토 끝에 2010년 말 ‘트레이더스’ 란 이름으로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홈플러스는 작년 여름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창고형 할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는 조만간 서울 금천점을 창고형 할인점 1호점으로 변신시킨 뒤 수도권 외곽에 추가 출점키로 했다. 서울 양재동 등 7개 점포를 거느린 코스트코는 울산 등에 추가로 점포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의 가세로 한때 잊혀졌던 업태인 창고형 할인점은 이제 유력 유통업체들의 최대 격전장이 됐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 창고형 할인점

매장의 모습이 창고를 연상시킨다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 땅값이 싼 교외에 점포를 내고, 인테리어 및 고객서비스를 최소화하며, 박스 채로 판매하는 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제품가격을 일반 대형마트보다 20~30% 떨어뜨린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