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코스닥 ‘우량기업’의 주가가 코스닥지수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지난 5월 코스닥시장 소속부 제도를 개편하면서 상장기업을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신성장기업부로 구분하고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은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했다. 이 중 우량기업은 안정성 수익성 등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들로 사실상 ‘매수 추천 종목’으로 인식됐지만 이후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자기자본 규모 등 외형 위주로 우량기업을 선정,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우량기업 기준 성장성 반영 못해

말로만 코스닥 우량주…성적은 'D학점'
코스닥시장의 우량기업지수는 29일 921.24로 마감, 소속부제 개편 첫날인 5월2일(1013.13)보다 9.0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3.21%)보다 하락폭이 크다. 우량기업 183개 중 57개만 이 기간 상승했고 126개는 하락했다.

거래소가 외형적 규모를 우량기업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거래소는 자기자본이 700억원 이상이거나 최근 6개월 평균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동시에 최근 3년간 연평균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을 우량기업으로 분류했다. 스틸플라워는 우량기업으로 분류된 지 이틀 만에 상장폐지 전 단계인 관리종목으로 떨어져 신뢰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규선 대우증권 스몰캡팀장은 “주가는 기업의 과거 실적보다 성장 가능성과 기대감에 따라 결정된다”며 “소속부 제도는 투자 참고 지표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량기업 중에서는 안철수연구소아가방컴퍼니 등 정치테마주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안철수연구소는 5월2일 이후 611%나 올라 우량기업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아가방컴퍼니도 133.86% 급등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 급락

신성장기업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신성장기업지수는 5월2일 이후 11.61% 상승해 코스닥지수보다 14.82%포인트 높은 성과를 올렸다. 신성장기업 9개 중에서는 6개가 오르고 3개가 내렸다. 신성장기업지수는 바이로메드(49.86%) 바이오니아(34.77%) 등 제약·바이오주 위주로 구성돼 상승폭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기업지수는 9.33% 상승했다. 그러나 306개 벤처기업 중 178개는 하락, 종목별로 편차가 컸다. 벤처기업 중에서는 메디포스트가 447.73% 급등,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후너스(404.39%) 바이오스페이스(231.07%)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중견기업지수는 0.72% 떨어졌지만 코스닥지수보다는 하락폭이 작았다.

거래소가 소속부 개편과 함께 시행한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제는 부실 위험 기업을 사전에 가려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초 33개였던 투자주의 환기종목 중 4개는 상장폐지됐고 7개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으며 관리종목 중 4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지정 이후 평균 27.47% 하락했다. 다만 알앤엘삼미(55.32%) 에스에이티(35.0%) 등 일부 종목은 상승했다. 민경욱 거래소 기업분석팀장은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거나 회계 투명성 등에서 문제가 발견된 기업”이라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