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 中 진출 3년 만에 두 배 성장
중국 광둥성 둥관시 랴오부진 백업공업국. 광둥성에서 가장 많은 3만여개 제조업체가 몰려 있는 이곳에서 지난 10월 한국의 한 완구업체 대표가 야반도주했다. 둥관한국상회 관계자는 “급등하는 인건비와 환율 때문에 도망치듯 철수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도 중국 진출에 성공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의 강소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광픽업(DVD 등에서 기록재생 역할을 하는 부품) 제조업체인 아이엠(대표 손을재)이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2007년 둥관에 처음 둥지를 튼 지 3년 만인 2009년 세계 시장 3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중국 진출로 대성공을 이룬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38억원에서 3182억원으로, 순이익은 75억원에서 134억원으로 각각 배 가까이 늘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회사를 방문해 성공을 치하하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들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비결이 뭘까. 이세운 중국 법인장(해외 총괄 사장)은 “철저한 사전 예측 시스템을 마련하고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측 시스템이란 중국의 인력 상황을 감안해 내륙과 연안에 동시에 공장을 둔 것을 말한다. 아이엠은 연안인 둥관에 법인을 설립한 이듬해 내륙인 후난성 샹탄시에도 공장을 세웠다. 그러고는 제조 공정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조정·검사는 둥관에, 노동집약적인 조립은 샹탄에 재배치했다. 이 법인장은 “2008년 신노동법 발효로 인한 인건비 상승 압력을 예측하고 인건비가 싼 내륙지역에 공장을 만들어 2000명어치의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인력 수급도 계획적으로 했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제’ 이후 직원 복귀율이 낮아 생산에 차질을 빚는 건 현지 진출 기업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항. 아이엠은 사전에 복귀 의사를 조사해 그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인력도 미리 뽑아놓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법인장은 “당장 내년 춘제(1월22일)만 해도 770명이 떠나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라며 “미리 대책을 세워놓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또 2008년 말 금융위기 때 경쟁사인 일본 산요 등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는 동안 유급휴가제를 실시해 숙련공들을 잡았다. 덕분에 2009년 초 경쟁사들이 인력난을 호소할 때 아이엠은 적기 생산으로 시장지배력을 키웠다.

아이엠은 내년 필리핀에 5000만개 생산 규모의 신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둥관보다 인건비가 40% 싼 필리핀을 통해 ‘차이나 코스트’를 상쇄한다는 구상이다. 둥관 공장에서는 스마트 비데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법인장은 “항상 시장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성공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둥관=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