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사의 충고' 무시한 한신의 최후는…
한나라의 명장 한신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중국 천하를 통일한 일등공신이다. 한신에게는 제나라 출신의 책사 괴통이 있었다. 제나라와 조나라, 연나라를 평정한 한신에게 괴통은 ‘천하삼분지계’를 제안한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패권을 다투는 상황에서 한신이 독립하면 천하가 삼분되고 때를 기다려 천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 괴통은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는 것(토사구팽)은 불변의 진리”라며 설득하지만 한신은 거절한다. 뒤늦게 진희와 모반을 일으키다 죽음을 당하는 한신은 괴통의 충고를 무시한 것을 후회한다.

《제왕과 책사》의 저자인 렁청진 중국 런민대 중문학과 교수는 “아무리 지혜로운 선비라도 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5000년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제왕과 영웅, 책사, 모사가의 인간형과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발견한 인간형은 크게 다섯 가지.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지를 밝히는 관계와 용인의 인간형, 원칙과 도덕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어짊과 의리의 인간형, 상대방을 무력으로 극복하려는 전술과 투쟁의 인간형, 두뇌와 언어로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술수와 지략의 인간형, 상대방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끔 하는 인내와 부드러움의 인간형 등이다. 저자는 이 같은 키워드를 통해 난세와 태평성대의 역사에서 그들이 활용했던 용인술과 정치술을 설명하고, 역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과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을 던진다.

출신과 성장 배경, 경제력과 군사력, 정치력과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항우보다 약하던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인재에 있었다. 제나라 안자는 복숭아 두 개를 이용해 제경공의 공신 셋을 제거했다. 안자는 공이 더 높은 사람에게 복숭아를 선물하겠다고 하면서 서로의 경쟁 심리를 부추기는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

[책마을] '모사의 충고' 무시한 한신의 최후는…
반간계(反間計)는 원래 36계의 하나로 스스로 장성을 허물게 하기 위해 헛소문이나 거짓 정보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계략이다. 반간계의 달인은 간첩을 이용해 조조의 군대를 대파한 오나라 주유였다. 주유는 자신을 설득하러 온 조조의 부하 장간을 이용해 수전에 능한 채모와 장윤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도광양회술(韜光養晦術)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의 정치 외교 전략이기도 하다. 역사상 수많은 제왕과 인물들이 목숨을 보전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데 대단히 능했다. 저자는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조차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책략을 펼칠 수 없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공자가 도광양회술의 표본임을 밝힌다.

저자는 틀에 박힌 해석과 편견을 거부하고 독창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예컨대 제갈량은 부하를 키우지 못한 전형적인 인물로 비난한다.

반면 난세의 간웅으로 평가받는 조조는 뛰어난 정치력과 지도력의 소유자로 그린다.

이밖에도 여성 중에서 역사상 가장 큰 권력을 지녔던 측천무후와 자희태후의 정치술, 창업과 수성의 방정식을 잘 알던 송태조 조광윤과 명태조 주원장, 무시무시한 주군 밑에서 마음껏 정치를 할 수 있었던 당나라 방현령 등 유명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펼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