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식품이 22일 두부 콩나물 어묵 등 10개 제품군, 160여개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반나절도 안 돼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풀무원은 이날 오전 어묵, 면, 떡, 유부, 드레싱, 수프, 과일주스, 라면 등 8개 제품군 150여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 올렸다고 밝혔다. 핵심 품목인 두부와 콩나물도 다음주부터 비슷한 폭으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지만 수익구조가 악화돼 더 이상 원가 부담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도 달았다. 지난 1년간 주력품목인 두부값을 올리지 못해 적자 요인이 누적됐다는 얘기였다.

그랬던 풀무원이 오후 8시께 가격 인상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긴급 발표했다.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고 설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작년 말에도 두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17% 인상했다가 바로 내렸다.

식품업계에선 풀무원의 가격 인상 철회에 대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특별 물가관리를 지시한 터였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설 물가 상승을 우려한 농림수산식품부가 가격 인상 방침을 유보하도록 풀무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비맥주는 맥주 출고가를 7.4% 올린다고 발표했다가 국세청 요청에 따라 이를 번복했으며, 롯데칠성음료도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임현우/김철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