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상황관리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폐쇄적인 북한사회의 특성상 전 세계가 우리나라 언론, 특히 청와대발(發) 뉴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부의 대응방향을 내놓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이 대통령의 여러 가지 언급 중에서 `확전 자제' 메시지가 가장 먼저 공개되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던 데 대한 반면교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날 정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됐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은 2시간30분이 지난 후 "국민은 동요 없이 경제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부분만 짤막하게 소개됐다.

비상사태를 맞아 북한의 돌출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안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즉시 공개한 것도 한반도 주변 강국과 긴밀한 국제공조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의 사망을 사전에 인지했느냐는 `정보력 부재' 논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사태가 진정되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대응을 삼가는 모습도 보였다.

김 위원장에 대한 조의 및 조문 문제에도 예의 신중한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오래 끌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러 의견들이 있다"고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갔다.

자칫 김 위원장에 대한 조의 표시가 국내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념대결 양상으로 번져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핵심 참모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금세 정리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현재 언론과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고,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상황 등을 참조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