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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칼럼]수출대국의 기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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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이끄는 주역은 대기업…중기업종 지정은 비합리적
    고품질 요구 덕에 경쟁력 갖춰…시장경제·대기업 신뢰 키워야

    복거일 < 소설가 / 객원논설위원 >
    [다산 칼럼]수출대국의 기업 생태계
    최도현 씨는 인천에서 ‘대원인물(刃物)’이라는 기업을 경영한다. 1995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공업용 칼을 만드는데 40여명의 종업원들이 100억원 남짓한 매출을 올린다. 처음부터 포스코의 계열사였던 이 기업이 만든 칼은 5㎝ 두께의 큰 조선용 강판들을 단숨에 자른다.

    최 사장은 이런 칼을 만드는 기술에선 자기 회사가 세계 제일이라고 자부한다. 실제로 그 회사 제품들은 여러 나라들에 수출된다. 그는 포스코가 없었다면 자기 회사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다른 편으로는 그 회사는 5개 기업들과 2차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 생태계는 우림(rain forest)과 같다. 하늘로 솟구친 나무들이 플랫폼이 되어 다양한 종(種)들이 깃든다. 만일 교목들이 없다면, 생태계는 훨씬 얄팍하고 단조로울 터이다. 기업 생태계에서 대기업은 우림의 교목들과 같다.

    대기업의 공헌은 수출에서 두드러진다. 외국 시장에 중소기업이 혼자 교두보를 마련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러나 대기업이 먼저 진출하면 자연스럽게 연관된 기업들이 함께 진출한다. 수출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에겐 이것은 특히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작고 수출지향적 경제 구조를 지녔으므로, 대기업은 앞으로도 우리 경제를 이끌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에 대한 태도는 근년에 부쩍 부정적이 되었다. 특히 현 정권이 ‘동반성장’이라는 구호를 내건 뒤로는 비합리적 정책들이 잇따라 나왔다. 중소기업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대기업들이 들어올 수 없는 업종들을 지정한 것은 대표적이다. 어떤 업종에 적절한 기업 규모는 사전에 알 수 없다. 시장에서 실제로 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통념적으로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인데도 대기업이 번창한다면, 예컨대 두부나 간장처럼, 그 사실이 가리키는 것은 통념이 그르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들을 지정하고 거기에 이미 자리잡은 대기업들을 나가라고 한다면 그것은 우림의 교목들을 베는 것과 같다. 대성당처럼 장엄하다는 우림에서 교목들이 베어지면 그 자리에 관목들과 덩굴들이 얽혀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밀림(jungle)이 나온다. 무역 장벽이 낮아진 터라, 실은 외국의 대기업들이 대신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산업에서 어떤 업종에 대기업이 없고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이 낮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왜 이 업종엔 대기업이 없는가? 혹시 중소기업들이 정부가 친 보호막 안에서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1조달러의 무역을 이루고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하는 지금, 그것은 정말로 적절한 물음이다.

    대기업의 역할은 제조업에서 특히 긴요하다. 경쟁력이 높기로 유명한 독일의 ‘중간(mittelstand) 기업’들은 독일의 큰 기업들 덕분에, 특히 폴크스바겐, BMW, 다이믈러와 같은 큰 자동차 회사들이 창출한 시장 덕분에 자랄 수 있었다. 지금 영국은 제조업을 되살려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려 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대기업들이 거의 다 사라졌다는 사정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외국 대기업들을 유치하려고 애쓴다.

    대원인물의 최 사장은 대기업과 계열기업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이다.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에 제품의 값을 낮추고 품질은 높이라고 늘 요구해왔기 때문에 지금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는 얘기다. 아직도 하청 중소기업들을 윽박지르는 대기업들이 드물지 않겠지만 시장과 대기업에 대한 믿음이 얇아진 지금 이런 진단은 고무적이다.

    복거일 < 소설가 / 객원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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