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 냉랭했던 57분…MB, 작심한듯 위안부 문제만 거론
“매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고, 아쉬움이 많이 남은 회담이었다.”

18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배석한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직후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다. 오전 9시13분부터 10시10분까지 57분간 교토 영빈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 정상의 극명한 시각 차로 시종 냉랭한 기류가 이어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모두 발언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고,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평화비 철거를 요구하며 맞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정상은 냉랭한 회담 분위기 탓에 회담 직후 교토의 대표적 문화명소인 료안지(龍安寺)를 25분간 시찰할 예정이었지만 10여분만 돌아보고 헤어졌다.

양국 정상의 충돌로 한·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MB 작심한 듯 ‘위안부’ 공세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결연한 자세였다. 회담 직전 사진기자들을 위해 노다 총리와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면서도 웃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작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회담이 시작된 후 노다 총리가 모두 발언에서 양국 간 협력과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주로 얘기했지만, 이 대통령은 “경제 문제 이전에 과거사 현안,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생존해 계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평균 86세이신데 금년에도 열여섯 분이 돌아가셨다”며 “현재 (살아계신) 예순세 분이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시면 양국 간 해결하지 못하는 큰 부담으로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양국 간 경제협력 등 현안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발언의 90%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할애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준비했지만, 이렇게 세게 하실 줄은 미처 몰랐다”며 “대통령께서 결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처럼 강력 대응한 것은 임기 말 국정 운영의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도 독도 문제 역공

이 대통령의 위안부 공세에 대해 노다 총리도 지지 않고 역공으로 맞섰다. 노다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만 밝힌 채 오히려 위안부 평화비 철거를 이 대통령에게 공식 요구했다. 노다 총리는 또 회담 직후 일본 기자들과 만나 “겐바 고이치로 외상이 17일 한국의 청와대 수석(천영우 외교안보수석)과 회담을 갖고,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위안부 문제 제기에 대해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반격을 가한 셈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