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영화제' 시상식] 대상 '무단투기', 자살하려고 던진 휴대폰에 경찰차 윙윙…"악! 나 살려"
['29초 영화제' 시상식] 대상 '무단투기', 자살하려고 던진 휴대폰에 경찰차 윙윙…"악! 나 살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컨버전스 영화제인 ‘제1회 29초영화제’에서 영예의 대상은 자살하려던 한 남자에게 닥친 뜻밖의 사건을 코믹하게 담은 장진성 감독의 ‘무단투기’가 차지했다.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15일 열린 시상식에서 장 감독은 대상 트로피와 상장을 받아들고 “20여편의 단편을 만들었지만 서른 살에야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며 “영화에 대한 진로를 고민했는데 더 노력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상을 받는 자리에서 MC 윤지민과 시상자로 나온 탤런트 신현빈에게 즉석 캐스팅을 제의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동안 겪은 무명의 설움을 떨쳐버리면서 영화 작업 중 가장 어렵다는 여배우 캐스팅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최우수작품상은 타인을 부러워하는 인간의 본성을 재치있게 표현한 한성덕 감독의 ‘29초 옴니버스’가 차지했다. 우수작품상은 과거와 미래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인생을 이끌어간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그린 조현일 감독의 ‘N극S극’, 딸의 인형놀이를 통해 바람직한 부부애를 영화화한 이치호 감독의 ‘사랑해요! 여보’에게 각각 돌아갔다.

['29초 영화제' 시상식] 대상 '무단투기', 자살하려고 던진 휴대폰에 경찰차 윙윙…"악! 나 살려"
엄마가 집을 비운 것을 즐거워하는 여고생의 심리를 묘사한 정연수 감독의 ‘오지마’는 네티즌상, 가난한 젊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오 헨리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처럼 그린 김형국 감독의 ‘크리스마스 선물 버전1’은 심사위원 특별상, 죽음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재기발랄하게 포착한 박정은 감독의 ‘귀거래사’는 감독상을 각각 받았다.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뿌렸던 이용봉 감독의 ‘순리’, 김영운 감독의 ‘신나는 롤러코스터 타기’는 특별상을 받았다. ‘순리’는 지하철에서 노인을 괴롭히는 연기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를 모른 채 잠자다 깬 ‘의리파’가 발차기하는 소동을 빚은 작품이다.

이 밖에 코미디 공포 애니메이션 드라마 다큐멘터리 최우수작과 우수작 등 29개부문 37명에게 총 상금 1억원이 주어졌다. 수상자는 심사위원단과 네티즌이 공동으로 평가해 선정했다.

탤런트 윤지민, 유영식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축제는 인기배우 김인권의 축하멘트 영상과 뮤지컬 배우들의 갈라쇼, 가수 레이의 열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10월1일부터 온라인 경쟁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2200편의 출품작이 몰렸다. 이 중 300명의 본선 진출자가 미션에 따라 작품을 완성해 최종 평가를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본선 진출자들과 패자부활전 통과자 50명, 일반 관객 등 1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29초영화제는 스마트 기기가 전 세계적인 소통수단으로 부상하는 데 발맞춰 새로운 영상문법을 선도하는 차세대 인재를 발굴하고 한국 콘텐츠 산업과 정보통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이 창설했다.

4만5000여명이 온라인 회원으로 참여했고, 60만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 수도 국내외에서 1만5000개에 달했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외국어 서비스도 지원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1초가 위대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영화제”라며 “내년에는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