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6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WTO 가입 신청서를 낸 지 18년 만이다.

WTO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8차 각료회의를 열어 러시아를 154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승인했다. 러시아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유일하게 WTO 비회원국이었다.

러시아가 WTO 가입 신청을 한 것은 1993년이다. 러시아는 2006년 미국이 지지하면서 WTO 가입을 눈앞에 뒀지만 2008년 8월 그루지야와 영토 분쟁을 벌인 뒤 WTO 가입이 미뤄졌다. WTO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이뤄지는데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WTO 가입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스위스가 중재에 나선 끝에 그루지야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2000년 400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WTO 가입 10년 만에 1850억달러로 늘었다”며 “러시아도 WTO 가입으로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러시아는 WTO 가입과 함께 관세를 현행 평균 10%에서 7.8%로 낮출 예정이다. 농산물에 부과되는 관세는 13.2%에서 10.8%로, 공산품 관세는 9.5%에서 7.3%로 각각 하향 조정된다. 러시아는 아울러 농산물 수출 보조금을 내년에 90억달러로 제한하고, 2018년까지 44억달러로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전기통신 부문에 대한 외국인 지분 49% 제한 조치도 WTO 가입 이후 4년 내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OTRA는 한국 제품의 러시아 수출 규모가 올해 100억달러에서 2015년 20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