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해운대의 센텀시티와 수영만 매립지, 해운대와 차량으로 20분 거리인 서면 등지의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와 콘도에 투자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급 고층 주택들이 몰려있는데다 천혜의 해양관광지인 해운대를 끼고 있어서다.

15일 부산 해운대구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해운대구로 전입한 외국인은 총 315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명보다 5배 이상 많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재일교포를 포함한 일본인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부산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주상복합을 구입하거나 주말 휴가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콘도를 임대하고 있다.

수영만매립지에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인 ‘마린시티’를 분양 중인 대원플러스건설의 탁종영 이사는 “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물질 유출 사태 이후 일본인들의 주택구입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주상복합 20여가구를 일본인들이 사들였는데, 이들 중에는 부산과 경남에 연고를 둔 재일교포가 많다”고 덧붙였다.

마린시티와 걸어서 5분 거리인 월드마크 콘도도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박정빈 월드마크 부동산 소장은 “재일교포나 일본인 사업가들이 3억~4억원대 전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명의를 한국 친척이나 지인으로 한 사람도 일부 있어 실제 일본인 거주자들은 드러난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후쿠오카에 살면서 월드파크 전용 80㎡(30평형)대를 임대한 야마다 니키마 씨(55)는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 가족·친척들과 함께 주말이나 연말 연휴 때면 쉬러 온다”며 “먹을 것도 싸고 볼 것도 많아 좋다”고 전했다.

인근의 주상복합아파트 ‘포세이돈’을 거래하는 부동산 중개업체의 한 직원은 “해운대 일대 고층아파트 정문과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안내문과 공지사항이 일본어와 영어로 작성될 정도로 외국인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대뿐 아니라 부산 도심에도 일본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주상복합아파트 ‘서면 더샵 센터럴스타’에도 최근 일본인 4명이 계약을 체결했다.

강정규 동의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외국인들이 부산을 선호하는 이유는 전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125개 동 가운데 부산이 31%인 39개 동으로 제일 많은데다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관광지를 갖추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꾸준히 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