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英 타인머스의 파도치는 아침
[이 아침의 풍경] 英 타인머스의 파도치는 아침
영국 낭만주의 풍경화의 대가 윌리엄 터너는 툭하면 북동부 해안의 작은 항구인 타인머스로 발길을 옮겼다. 인구 1만명을 겨우 넘는 이 작은 마을에 그가 그토록 흥미를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에 오면 특별한 볼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인머스는 예로부터 풍랑이 거세기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날카로운 바위들이 해안가 곳곳에 자신들의 발톱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타인머스의 파도가 유난히 야단스럽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부인 암피트리테는 물론 신하인 트리톤까지 총동원하여 모처럼 심술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재미난 것은 바닷가에서 쓰나미를 방불케 하는 높은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주인은 물론 개들조차 별다른 동요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마치 심각한 재난도 침착하게 대처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우리 앞에 밀려오는 경제 불황의 파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타인머스의 아침 바닷가 풍경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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