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오너사에는 30대 회장딸 임원들 '수두룩'

삼성전자가 여성 부사장을 첫 배출하면서 주요 기업들에 포진한 여성 고위직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오너의 일가붙이가 아닌 여성 임원은 단 2명뿐 인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남녀를 따지지 않아도 임원이 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11년 승진·승급 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대졸 사원이 입사후 임원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무려 23.6년에 이르렀고 그 확률은 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에 재직 중인 여성 임원은 SK건설 홍윤희(50) 상무(환경사업추진실장)와 GS건설 이경숙(43) 상무보(국내정유수행담당) 등 2명이다.

SK케미칼 출신인 홍 상무는 2008년 말 건설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무 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건설사 공채 출신이 아니다.

반면 1990년 건설회사인 LG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이 상무보는 입사 20년만인 2010년 상무보가 됐기 때문에 건설회사 공채출신으로 임원까지 올라간 사례는 1건에 불과한 셈이다.

임원이 아닌 여성 고위직으로는 현대산업개발에 부장 4명, 대우건설에 부장 3명,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건설에 각 부장 1명, 현대건설에 부장대우 3명 등이 있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 두산건설에는 부장 이상 여성 인력이 전혀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업계에서 여성 인력이 남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작성된 10대 건설사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인력 현황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3개사(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SK건설)를 제외한 7개사 임직원 수는 총 3만1천337명으로 이 중 여성은 6.3%인 1천974명에 머물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6천102명 중 여성이 9.6%인 534명로 업계 가운데 여성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대림산업은 3천970명 중 195명(5.16%)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직원 급여의 2배 이상을 받는 임원의 대다수가 남성이다 보니 성별에 따른 평균 연봉 차이도 상당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남자 직원의 평균 연봉이 5천400만원이었고 여자는 남자의 60%인 3천6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해외현장근무 여부도 영향이 있다"면서 "가장 힘든 해외 현장에 파견되면 같은 경력의 본사 직원보다 급여가 2배 더 많은데 여직원들은 본사에 많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연봉평균이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딸들이 각각 사장과 부사장을 맡고 있듯이 건설업계에서도 '회장딸'은 '프리패스'나 다름없다.

업계의 유일한 여사장인 울트라건설 강현정(39) 대표이사는 창업주 강석환 회장의 둘째딸이다.

2003년 강 회장이 별세한 뒤 기획조정실장으로 회사에 합류해 어머니 박경자 회장을 보좌했고 부사장을 거쳐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큰딸 이은희(38)씨와 둘째딸 이성희(36)씨 등 자매가 나란히 통합구매본부장(상무)과 재무본부 이사직을 각각 맡고 있다.

IS동서 권혁운 회장의 맏딸 권지혜(36)씨는 계열사인 비데제조업체 삼홍테크의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IS동서의 마케팅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건설업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30대 여성 임원이라는 것. 공채 출신에게는 다른 세계일 따름이다.

이 경우에는 여성이 고위직을 맡고 있어도 일반 여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일이 별로 없다.

실제 울트라건설은 임직원 369명 중 여성은 27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규직은 관리사무직 3명, 생산직 2명을 합쳐 5명뿐이고 나머지 22명은 계약직이다.

건설업계의 한 여성 관계자는 "(회장 딸이 임원으로 있는 업체는) 여자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특별히 여직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일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머지 임원은 전부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중장년 남성이다 보니 낙하산 여성 임원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면서 "어차피 출신이 다르니까 여자 후배를 챙길 이유도, 여력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euge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