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중심가에 있는 ‘이스크티랄’은 동남아 최대 규모의 모스크(이슬람 사원)다. 이곳에서는 매주 금요일 정오 공식 기도회가 열린다. 수많은 신도들이 중앙홀에 모여 일제히 성지 메카를 향해 몸을 낮추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다. 이슬람교도가 아닌 관광객도 직접 참관할 수 있다.

지난 2일에도 이 돔형 모스크에는 30분 전부터 신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낮 12시가 되자 1만여명이 중앙홀을 메웠다. 여자는 없었다. 평일에는 들어올 수 있지만 이날처럼 공식 기도일에는 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 축일에는 5층짜리 이 대리석 건물 내부와 외부에 총 20만명의 남자가 모인다고 안내인이 귀띔했다.

거대한 중앙홀에는 다른 종교의 예배당과 달리 조각상이나 그림이 전혀 없다.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을 적은 문양 3개뿐이다. 다른 이슬람 국가와 달리 이곳은 공식 기도회를 이교도에게도 개방한다. 참관하려면 건물 안에 있는 수도시설에서 발을 씻는 등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정해진 입장료는 없지만 참배 후 약간의 성금을 내면 된다. 일종의 관광상품이다.

이 모스크는 경직되고 폐쇄적이란 이슬람교에 대한 통념을 깨뜨린다.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는 포용성이 가장 넓다고 한다. 2억4000만명의 인구 중 86%가 이슬람교를 믿는데 기독교 불교 힌두교 등과도 공존하고 있다. 이 모스크 바로 곁에는 100년 된 천주교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 천주교 성당에는 대주교가 산다. 시내에는 교회와 절도 있다.

물론 가장 많은 사원은 모스크다. 모스크의 크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둥근 돔 지붕이나 장식물을 갖추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관광이나 사업을 하려면 이슬람교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이곳 이슬람교가 관대한 배경은 풍성한 자연환경에서 40여개 대부족들의 토착신앙과 외래 종교의 바탕 위에 조화롭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중동의 국가들에서는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영토 확장을 꾀하는 서구세력과 정치 투쟁을 하며 강경한 색깔을 띠게 됐다.

거리에는 히잡(이슬람식 두건)을 쓴 여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모습의 남자들은 거의 없다. 종교를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여기는 신도가 많다는 증거다. 공휴일도 종교 간 화합을 배려해 정한 것 같다. 무하마드, 예수, 석가 탄신일이 공휴일이다. 다신교인 힌두교의 경우 힌두력에 기초한 새해 첫날까지 4대 종교의 축일이 모두 공휴일이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이슬람교의 가르침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부자가 빈자에게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이나 추돌 사고를 일으키면 대부분 승용차의 잘못으로 판정난다. 정지된 승용차에 오토바이가 달려와 부딪친다 해도 수리비를 절반씩 부담한다.

신도들은 하루 다섯 차례 약 10분씩 기도한다. 이때는 가사도우미를 불러도 대답조차 없다고 한다. 미스크티랄 사원 옆에는 137짜리 모나스 광장 탑이 있다. 정부가 1949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착공, 1960년대 완공한 탑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면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인사동에 비견되는 ‘잘란 수라바야’ 시장을 들러볼 만하다. 골동품과 공예품 점포들이 100가량 줄지어 있다. 공예품과 장신구, 악기, 축음기, 램프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파사르 스니 안촐’이란 예술 시장에는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100여개 가게에서 회화 조각 직물 바틱 등을 판매한다. 전통문양을 새긴 의류를 일컫는 ‘바틱’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민예품이다.

시내에서 2시간 정도 거리의 ‘파사르 이칸’이란 대형 수산시장을 아침 일찍 찾아보자. 새우 참치 바닷가재 등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어시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다. 유서 깊은 코끼리상과 불상들이 즐비하다. 원시인류인 자바원인의 복제품도 볼 수 있다. 수하르토 박물관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관들이 모은 중국 공주의 옥침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서 선물받은 도자기 등 1만여종이 전시돼 있다.

자카르타는 휴양지가 아니라 비즈니스 도시다. 동아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는 무역로로 번성한 덕분에 각국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입주해 있다. 호화로운 쇼핑몰도 많다. 명품의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 여행팁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만8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국가다. 자바, 보르네오 등 5개 섬이 알려져 있다. 발리섬이나 코모도섬의 자연 경관이 유명하다. 자바섬에 있는 수도 자카르타에는 현대식 고층빌딩이 많다.

뒷골목에는 서민들의 낡은 집들도 공존한다. 거리에는 자동차가 많지만 자전거도 적지 않다. 화폐단위는 루피아다. 1000원에 8000루피아쯤 한다. 자카르타의 한국 교민은 약 5만명. 사업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연간 10만명이고 발리를 방문하는 한인 휴양객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한항공은 주 10편 자카르타 직항편을 운항한다. 매일 오후 3시35분 인천공항을 출발한다. 화·금·토요일에는 오후 6시에 한편 더 뜬다.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인 가루다항공은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35분에 출발한다.

자카르타=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