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완전 결렬 아니다. 대화는 계속할 것"
나토 총장 "러'의 유럽 MD 대응은 돈낭비" 주장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가 8일(현지시간) 유럽 미사일 방어망(MD)에 관한 협상을 다시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냉전이 끝난 지 20여 년 만에 유럽에서 또다시 군비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양 측은 이견을 해소하고 협력할 방안을 찾기 위한 대화는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아직 협상이 완전 결렬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 러-나토 외무장관 회담 합의 못찾아 = 아네르스 포흐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이 끝난 뒤 "MD에 관해 양 측이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라스무센 총장은 나토가 유럽에 구축하려는 MD는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며 이란을 비롯한 새로운 위협 세력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를 유럽MD에 참관할 수 있도록 초청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협력을 통해 우리가 러시아를 적으로 삼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장관은 "나토는 근본적 사안들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평가한 뒤 "나토의 MD가 러시아 영토의 일부를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 측은 "나토의 MD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확인"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나토는 이를 거부하고 "그동안의 여러 성명을 낸 것으로 그 같은 효과가 충분히 있으며 이젠 양 측이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측은 MD를 양측이 공동으로 구축하자고 요구했으나 나토는 참관 협력 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라스무센 총장은 양측이 대화를 유지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동의했다면서 내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 전까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우리는 모든 당사자들의 정당한 이해관계들을 고려하면서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다"고 밝혔으나 "남은 시간이 매일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로고진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도 이날 러-나토 외무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나토와 유럽 MD에 대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러시아는 핵 억지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고진 대사는 "(나토와) 유럽 MD 문제와 관련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철강콘크리트벽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면 우리도 철강콘트리트벽이 될 것"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 "유럽 MD 러시아 대응은 돈낭비" = 한편 라스무센 총장은 브뤼셀에서 열린 러시아-나토 외무장관급 회담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존재하지도 않는 적에 대항해 돈을 써는 것은 낭비"라며 나토의 유럽 MD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서부 지역에 레이더망을 설치하고 전술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려는 계획 등을 비판했다.

라스무센은 "이 돈을 러시아 국민과 일자리 창출, 러시아 사회 현대화를 위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군사동맹체인 나토는 `새로운 국제적 위협들'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에 MD를 구축하는 방안을 미국 주도로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동 MD를 구축하거나 러시아의 안전을 해치려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보장할 것을 요구해 왔다.

나토가 이를 일축하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달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를 직접 방문해 적의 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포착ㆍ경보하는 방공 레이더 시스템 '보로네슈-DM'의 가동 명령을 내렸다.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은 미국과 나토가 루마니아와 터키 등에 구축하려는 MD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실전배치한 것으로 영국을 포함한 전 유럽을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만일 우리에게 '이것(유럽 MD)은 당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도 오늘 가동에 들어간 이 레이더 시스템이 당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토가 이런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격 무기 전개와 강력한 대응 조치 채택 등과 같은 다른 방어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병국·유철종 특파원

(브뤼셀·모스크바=연합뉴스) choibg@yna.co.kr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