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재정통합ㆍ양적완화 여부에 따라 출렁일 듯

오는 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들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에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먼저 유로지역(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재정통합이 주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양적완화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본드 발행,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 자금 동시대출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작아졌다.

어떤 대책이 브뤼셀의 정상회의 테이블에 올라 27개 EU 국가 정상들의 논의 대상이 되고, 합의결과로 제시되느냐에 따라 코스피는 2,000선 위로 `랠리'를 펼치거나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재정통합 진전이 관건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논의될 사안은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최근 내놓은 재정통합안이다.

재정통합안이 구체화되고 가시화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 완강히 반대해온 독일의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재정 기준을 위반하는 EU 회원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SGP)'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지난 5일 합의했다.

SGP는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정부부채는 60% 이하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는 국가들을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EU 정상회의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제안한 SGP 개정안 논의에 대부분 시간이 할애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7일 SGP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비쳐 EU 차원의 합의는 불투명하지만 영국이 포함되지 않는 유로존 차원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SGP 개정안에 대한 합의 가능성은 크다고 보지만 더 진전된 개정안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재정통합의 원칙에 대해 합의하는 정도에 그치고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으로 미루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이트레이드증권 이석원 연구원은 "EU 27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에서 기적적으로 모든 국가가 찬성하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그 자체가 주가나 경제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 돈풀기 ECB안 vs IMF안 충돌

전 세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양적완화를 통해 돈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무위기를 해소할 정도로 충분히 풀려야 유럽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본드 발행, ECB의 유로존 국채 대규모 매입, IMF 대출을 통한 재정취약국 지원, EFSF와 ESM 동시대출 등 어떤 형태가 됐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리먼 사태 때 했듯이 양적완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키는 '가장 큰 물주' 독일이 쥐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유로본드 발행이나 EFSF와 ESM 동시대출안은 일축했다.

ECB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독일이 부정적 입장이다.

IMF 재원 확충에 대해서는 독일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날 주요 20개국(G20)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유럽을 지원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관련 기관들이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실현 가능한 방안은 ECB의 유로존 국채 대규모 매입, IMF 재원 확충을 통한 재정취약국 지원 정도다.

하지만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EU정상회의에서 독일이 ECB를 통한 자금지원을 거부한다면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S&P가 유로존을 넘어 EU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유로존 체제 붕괴 우려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문정희 연구원은 "ECB 역할 강화에 대해서는 독일이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제한적일 것이다.

IMF 지원까지 논의하기에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

미국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데 20일 G20재무장관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로에 선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유럽에 쏠려 있는 만큼 EU 정상회의와 ECB 통화정책회의의 결과에 따라 증시 분위기도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EU정상회의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전날 유럽증시도 기대가 줄어들면서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면 투자심리가 급격히 개선되면서 코스피도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재정통합안에는 진전이 있을 수 있지만, ECB 역할 강화에 대한 합의는 안 돼 절반의 성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취약국 국채매입과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양적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증시에 마이너스나 중립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재정통합과 관련한 논의에도 진전이 없다면, 이달 장세는 G20회담에서 ECB 역할 강화에 대한 합의가 무산되면서 코스피가 하락한 11월 장세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시장 기대를 넘어서는 결과가 나올 경우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 연구원은 "회의 결과가 시장 기대를 충족하는 수준이거나 기대에 조금 못 미친다면 코스피는 전고점인 1,960선 부근까지 제한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강종훈 이영재 기자 yulsid@yna.co.kr double@yna.co.kr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