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부사장 대거 발탁…글로벌시장 성적 낸 '야전 CEO' 중용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변화’다. 인사 폭은 크지 않았다. 두 명의 부회장 승진과 50대 부사장들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자 2년 만에 ‘투톱’ 체제로

인사의 핵심은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권 부회장은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를 거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반도체사업부장을 맡다가 지난 7월 반도체·LCD를 총괄하는 DS사업총괄 사장으로 임명됐다. 권 부회장 선임으로 삼성전자는 2009년 이후 2년 만에 경영조직을 세트부문과 부품부문으로 나눠 맡는 ‘투톱’ 시스템으로 바뀌게 됐다. 최지성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TV와 휴대폰 등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고 권 부회장은 전자 내 부품사업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LED 사업을 총괄한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의 부회장 승진도 눈에 띈다.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을 맡아 매출을 네 배 정도로 키웠다. 삼성물산 대표를 맡아선 국내 위주의 사업 구조를 해외 자원개발과 건설 쪽으로 넓혔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 방정식을 쓴 사장들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게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사장단 인사] 부사장 대거 발탁…글로벌시장 성적 낸 '야전 CEO' 중용

◆부사장 대거 발탁…젊은 조직

50대 부사장들이 대거 CEO로 발탁된 점도 인사의 특징이다. 이 회장이 강조한 인사원칙인 ‘신상필벌’을 토대로 ‘젊은 조직’을 추진한 결과다. 김봉영 삼성SDS 부사장(54)이 에버랜드 사장, 이동휘 삼성물산 부사장(55)이 삼성BP화학 사장으로 각각 내정됐다. 53세인 최치준 삼성전기 부사장은 삼성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내부에서 CEO로 승진했다. 이철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은 그룹 내 연구·개발(R&D) 인력 가운데 처음으로 사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아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은 주역이다.

그룹 관계자는 “젊은 인재를 발탁하면서 사장단 평균 연령이 56.3세에서 55.8세로 낮아졌다”며 “그 가운데 이동휘 사장과 최치준 사장의 승진은 젊은 인재 발탁과 함께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에서도 CEO 후보를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보 인사 중에선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이 주목받는다. 세트(삼성전자 DM총괄)와 부품(삼성전기)을 두루 경험한 점을 평가받았고 제일모직을 전자소재·케미칼 전문기업으로 육성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지난 7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장원기 전 삼성전자 LCD사업부장은 중국본사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쑤저우 LCD패널 공장 완공,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