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빚 10배…프랑스 중앙은행도 '휘청'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프랑스 중앙은행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자금난에 처한 프랑스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면서 두 달 만에 빚이 10배로 늘어났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유럽연합(EU)은 독일과 프랑스가 마련한 ‘재정통합’ 방안을 조기에 실행하기로 했다.

◆佛, 자금이탈에 중앙은행도 빚더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일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등이 프랑스 은행권에 예치했던 자금을 대거 인출한 여파로 프랑스 중앙은행이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등에서 급전을 빌려 부채 규모가 10배로 커졌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랑스 중앙은행 부채 규모는 7월 말 100억유로에서 9월 말 980억유로 수준으로 급증했다. 중앙은행이 진 빚의 절대 규모도 재정위기국인 아일랜드(1180억유로) 스페인(1080억유로) 이탈리아(890억유로)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졌다.

프랑스 중앙은행의 빚이 이처럼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서둘러 프랑스 금융권에서 자금을 빼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에만 1000억유로 가까운 자금이 프랑스 은행권에서 빠지는 등 대규모 자금인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자금줄이 끊긴 프랑스 은행들은 중앙은행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프랑스 중앙은행은 다시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주변국에 손을 벌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밝힌 이후 프랑스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당 간부들과 가진 조찬회동에서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전국민이 단결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일간 르피가로도 “국채 금리를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는 이미 신용등급이 강등된 처지”라고 지적했다.

◆ESM과 EFSF ‘2중 방화벽’ 검토

프랑스가 위태로워지는 등 재정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불안이 이어지면서 유로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 “내년에 조기 출범하는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과 현행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함께 운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5000억유로 규모 ESM이 4400억유로 규모 EFSF를 대체할 계획이었지만 둘을 함께 활용할 경우 ‘방화벽’ 규모가 2배로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이 같은 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정부 관리자의 말을 인용해 “ESM과 EFSF를 동시에 운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주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합의한 ‘재정통합’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작업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EU는 유럽통합 조약(리스본 조약) 전체를 손보지 않고 일부 문구만 보완하는 수준에서도 유로존을 중심으로 한 ‘재정동맹’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리스본 조약 개정에 부정적이었던 아일랜드 역시 자국의 은행 구제금융에 드는 이자비용을 깎아줄 경우 조약 수정에 협조할 수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