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노리는 검 끝…숨겨진 공격본능 자극
검(劍)을 든 오른팔을 쭉 뻗으면서 오른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는다. 검이 공기를 가르며 상대방의 왼쪽 가슴에 꽂힌다. 그 순간 검이 활처럼 휘어진다. 쾌감이 오른손을 거쳐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월척을 낚았을 때보다 손맛이 짜릿하다.

귀족 스포츠로 알려진 펜싱은 인간의 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스릴 만점의 운동 종목이다. 서울 한남동 로러스 펜싱클럽에서 2일 펜싱의 기본을 배워봤다.

하얀 유니폼을 입고 피스트(piste)라고 불리는 14m 길이의 경기장에 섰다. 검을 건네받으니 경건한 마음이 든다. 칼날인 블레이드 끝이 뭉툭해서 위험하지는 않다. 손잡이인 피스톨을 총을 잡듯 쥔다. 피스톨 앞의 둥근 부분은 블레이드끼리 부딪칠 때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는 가드다. 펜싱에서 검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이날 1 대 1 지도에 나선 김영호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펜싱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아시아 최초의 선수다.

기사도 정신에 입각한 펜싱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절도있게 검을 든 오른쪽 팔을 상대방 아래쪽으로 내세워 서로 검 끝을 마주한 뒤 검을 들어 가드를 입에 대는 것으로 인사를 한다.

펜싱은 플뢰레 에페 사브르의 세 종목으로 나뉘는데 이날은 ‘펜싱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플뢰레의 기본기를 배웠다. 플뢰레는 가슴에 덧입은 조끼 부분을 찔러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종목.

기본자세는 양 발꿈치를 축으로 발을 수직으로 만들어 선 뒤 오른발을 어깨 너비만큼 벌린다. 검은 언제든 찌를 수 있도록 살짝 당겨 놓고 왼손은 어깨 높이로 올려 무게중심을 잡는다.

기본동작인 마르셰는 앞으로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방의 가슴을 찌르는 자세다. 검을 내지른 뒤 오른발을 한 발 내디디며 앞으로 나간다. ‘툭’ 하는 소리가 나며 검이 휘어져 올라간다. 검 끝에 닿은 상대방의 심장 소리가 느껴질 것만 같다.

‘팡트’는 가장 공격적인 동작이다. 두세 걸음 앞에 있는 상대방을 공격할 때 쓴다. 검을 쭉 뻗으면서 오른발을 크게 뻗어 상대의 가슴을 노린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다가 회심의 일격을 날리는 게 팡트다. ‘툭 툭 툭’ 팡트를 연속해서 취하니 팔다리가 당기며 땀이 흘러내린다. 김 감독의 입에서 “자세 좋고”라는 칭찬이 나온다.

김 감독은 “상대방의 가슴을 찌르기 위해서는 잡념을 없애야 한다. 펜싱은 상대방의 속임수를 피해 정타를 찌르는 두뇌 싸움으로 집중력을 기르는 데 좋다”고 말했다. 운동량도 많다. 김 감독은 올림픽에서 하루에 6게임을 뛰고 나니 체중이 7㎏이나 빠졌다고 했다.

이날 1시간 남짓한 기본교육만으로도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였다.

펜싱을 배우고 싶다면 가까운 펜싱클럽을 찾아가 보자. 로러스 펜싱클럽은 한남동을 비롯해 신사동과 압구정동 부산에 체육관이 있다. 일반인도 1주일에 1시간 동안 두세 번씩 강습을 받으면 한두 달 뒤 게임에 나갈 수 있다. 강습비는 한 달에 30만~40만원 정도다. 처음엔 장비를 빌려서 기본기를 배우고 이후에 검과 마스크 도복 등을 풀세트로 갖추면 된다. 비용은 130만원 안팎이다. 문의 070-4209-0503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