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2005년 판매한 파워인컴펀드가 투자원금을 모두 날린 것과 관련, 판매사가 투자자 손실액의 70%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투자자 87명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판매사 측이 이 펀드가 ‘국채처럼 확정수익을 지급하고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선전한 것은 명백한 불완전판매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그동안 펀드판매사나 운용사의 손해배상 비율을 최고 40%까지만 인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하지만 파워인컴펀드의 경우 법원의 지적대로 설계와 판매 단계에서 모두 사기성이 농후한 만큼 70%의 배상 비율도 결코 높지 않으며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펀드도 아니고 직접 주식투자를 했던 투자자가 원금을 다 날린 뒤 거래 증권사를 상대로 냈던 소송에서도 법원이 투자자 손을 들어준 적도 있다. 증권사가 고객의 무리한 투자를 적절히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았던 위탁수수료를 돌려주라고 한 것이다.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인 우리 금융회사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펀드투자자들의 항의와 소송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불완전판매가 근절될지 의문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또다시 손실을 보는 펀드가 속출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판매수수료, 판매보수 등 온갖 명목의 수익을 챙기는 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다간 제2, 제3의 파워인컴펀드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좀 더 치밀한 투자자보호 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들도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가 장기적으로 더 많은 고객과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