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기업사냥꾼 아이칸의 굴욕…30년 후배와 7년 끈 소송서 패소
30년 터울의 칼 아이칸(75)과 윌리엄 애커먼(45)은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월스트리트의 대표적 ‘기업사냥꾼’이다. 주식을 사들인 후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경영진과 이사회를 괴롭히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남의 눈에 띄는 것을 꺼리는 보통의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달리 연예인 못지않게 미디어를 즐기는 것도 공통점이다. 두 사람 모두 엄청난 부자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닮은꼴 억만장자들이 450만달러를 놓고 7년 동안 소송전을 벌인 ‘악연’이 월스트리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세대 간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은 소송전에서 최근 애커먼이 승리하면서 전설적인 기업사냥꾼 아이칸이 굴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커먼은 20대 당시 설립한 고담이라는 헤지펀드가 큰 손실을 입으면서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잇따라 돈을 빼내갔다. 궁지에 몰린 애커먼은 선배 기업사냥꾼 아이칸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당시 주당 6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지만 가치가 14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홀우드리얼티를 인수하라는 제안이었다.

전설의 기업사냥꾼 아이칸의 굴욕…30년 후배와 7년 끈 소송서 패소
아이칸은 애커먼으로부터 홀우드를 주당 80달러에 사들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애커먼을 구해주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계약에서 아이칸이 3년 내에 주식을 팔고 10% 이상 수익을 내면 초과수익을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두 사람은 투자 아이디어를 토론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2004년 홀우드가 다른 회사에 주당 137달러에 합병되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상당한 수익을 얻게 된 아이칸에게 애커먼이 전화를 걸어 수익 배분을 언급하자 아이칸이 안면을 바꿨다. “회사가 합병된 것이지 내가 지분을 판 것이 아니다”는 얘기였다. 애커먼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 사이 애커먼도 맨해튼 5번 애비뉴에 대리석으로 꾸민 사무실을 가진 거물로 성장했다. 그는 NYT에 “만약 아이칸이 약속을 지켰다면 함께 큰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7년을 끌어온 소송에서 재판부는 지난달 애커먼의 손을 들어줬다. 아이칸은 이자를 합쳐 900만달러를 송금한 후 애커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애커먼이 전화로 나에게 연설을 하려 했다”며 “그래서 ‘50년 동안 업계에 있었지만 네 충고 없이도 잘 해왔다’고 말해준 뒤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