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승유…후계작업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가 연내 김승유 회장의 후계자 후보를 선정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권력 투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교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다음달 중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돼 있는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인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게 김 회장의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는 후계 구도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평가다.

◆연내 후계자군 선정할 듯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는 “지난 2월 마련한 기업 지배구조 규준의 후속 작업으로 석세션 플랜(succession plan·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조만간 확정지을 것”이라고 28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회사에 의뢰한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 이사회 때 플랜을 보고할 것”이라며 “이때 김 회장의 후계자가 될 후보군 명단도 확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대표이사(CEO)를 포함해 상임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상임이사 임기는 최초 3년 이후에는 1년 단위로 연장하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년 예비 최고경영자 풀(pool)에 대한 평가와 승계 계획을 검토해 이사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후계자 후보군과 관련, 당초 김 회장이 모두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권한이 지나치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하나금융은 추천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군은 5~7명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김승유 시대’ 누가 열까

김 회장은 1943년 8월생으로 현재 만 68세다. 따라서 내년 3월엔 1년 더 대표이사 회장을 맡을 수 있다. 현재 전반적인 관측은 내년에 1년 연임할 것이라는 것이다. 내후년 3월에도 규정상 CEO를 1년 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하나금융은 작은 금융회사(한국투금)에서 짧은 기간 내 4대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만큼 김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때문에 후계자 선정 때도 김 회장의 ‘입김’이 절대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선 인물은 김종열 사장. 김 회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면서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김 회장의 논리력을 빼닮았다는 점과 타협할 줄 모르는 추진력이 강점이다. 김정태 행장은 영업의 달인으로 정평나 있으며 뛰어난 포용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내부의 신임이 두텁다. 관료 출신인 윤용로 부회장은 기업은행장 시절 보여준 통합과 부드러운 리더십 등이 장점이다.

하지만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외부 인사에게도 문을 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서 후계자를 뽑을 경우 권력 다툼이 벌어져 신한금융 같은 내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 연내 외환銀 인수할까

김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 협상을 빨리 마무리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며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그는 론스타와의 협상에 대해 국민정서가 부정적인 것과 관련, “적게 깎던 많이 깎던 욕을 먹을 것”이라며 “그 부분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12월 말까지 론스타와 협상이 마무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12월 말 주주 명부를 기준으로 내년 3월 외환은행 주총이 열리기 때문에 올해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년 새 이사 선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