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더 끌린다” … 경차 戰爭 ‘가속페달’
국산 경차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다음달부터 기아자동차의 박스형 경차 ‘레이’가 가세하면서 기아차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 등 배기량 1000㏄급 엔진을 단 경차 수는 3개 차종으로 늘어난다. 과거 경차는 ‘싼 차’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안전성과 편의사양을 강화하고 소비자 끌기에 나섰다. 고유가 지속과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차 수요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레이 12월 판매

기아자동차는 지난 21일부터 경차 레이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레이는 29일 공식 출시돼 12월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다. 이에 따라 기존 경차시장을 양분해온 모닝과 스파크에 레이가 합류하면서 경차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기아차는 레이를 다목적 용도의 미니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로 내놨다. 닛산 큐브와 같이 박스형 디자인을 채택, 실내 공간 활용이 용이하면서도 경차 혜택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조수석 오른편은 앞문과 뒷문 사이에 기둥이 없고 2열 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것이 특징. 편리한 승하차와 다양한 물품 적재도 쉬운 구조다.

안전 및 편의사양도 돋보인다.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VSM(차세대 VDC)을 비롯 HAC(경사로 밀림방지장치), 6개 에어백 등 안전장치도 준중형 아반떼와 대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버튼시동 스마트키, 열선 스티어링휠 등 고급 사양도 추가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이의 매력은 기존 경차와 달리 박스형 디자인을 갖춰 실내 공간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차별화한 점”이라며 “안전장치나 편의 옵션 등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취향을 대폭 반영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세 차종 성능·연비 비슷

경차 장만을 고려하는 고객이라면 3개 모델을 놓고 저울질을 할지도 모른다. 성능과 연비는 세 차종이 비슷하다. 동력성능은 모닝이 최고출력 82마력에 최대토크 9.6㎏·m로 레이(78마력, 9.6㎏·m)와 스파크(70마력, 9.4㎏·m)보다 약간 높다. 연비(자동변속기) 또한 19㎞/ℓ인 모닝이 17㎞/ℓ의 레이와 스파크를 앞선다.

가격은 레이가 가장 비싸다. 가솔린 자동변속기 기준 레이는 1240만~1495만원으로 모닝(950만~1365만원)과 스파크(959만~1358만원)보다 150만~200만원가량 비싸다. 경차 구매자들이 차값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모닝과 스파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레이가 떨어진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경차시장 성장세 주목

올 들어 국내 경차 판매는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올 1~10월까지 기아차와 한국GM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경차는 총 14만83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1% 증가했다.

기아차 모닝은 지난달까지 총 9만4298대가 팔려 현대차 아반떼에 이어 올해 판매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쉐보레 스파크는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17.6% 늘어난 5만4055대가 판매됐다.

이 같은 호조세는 고유가 지속과 경기위축으로 소비자들이 경제성이 돋보이는 경소형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작은차’라는 이미지를 지닌 경차가 안전성을 강화하고 고급 옵션을 장착하면서 구매자를 끌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비 패턴이 경소형차 등 실용성을 중시하는 추세” 라며 “레이가 나오면서 경차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