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사과보다 더 많이 팔리네
최근 대형마트에서 사과보다 감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올해 작황 부진 탓에 가격이 오르고 맛이 덜해진 사과 대신 풍작으로 값이 싸고 품질이 좋아진 감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겨울 과일로는 감귤 다음으로 사과가 많이 팔렸었다.

롯데마트는 이달 1~24일 전국 93개 점포의 과일 판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매출 기준으로 감이 사과보다 12% 더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이 기간 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0% 증가한 반면 사과는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감 매출이 사과의 54%, 2009년 11월에는 48%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판매실적이다. 같은 기간에 겨울과일로 가장 인기가 있는 감귤 판매실적은 작년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환 롯데마트 과일 바이어는 “최근 판매 추이를 볼 때 11월 전체 감 매출이 사과를 앞지를 것이 확실하다”며 “월간 기준으로 감 매출이 사과를 제치는 것은 1998년 롯데마트 창립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 사과와 감의 작황이 엇갈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과는 올해 출하량이 작년에 비해 20%가량 줄어들었고 가격도 지난해보다 20% 정도 상승했다. 여름철 안동을 비롯한 풍기 문경 충주 등의 사과 주산지에 비가 많이 내려 사과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롯데마트에서 사과 한 박스(15㎏) 가격은 지난해 5만4780원에서 올해 6만6000원으로 20% 올랐다.

반면 감은 창원 밀양 진주 등 주산지가 여름철 호우 피해를 적게 본 데다 감이 한창 익는 시점에 풍부한 일조량으로 출하량이 20% 늘어났고 상품성도 좋아졌다. 롯데마트에서 단감 한 박스(10㎏) 가격은 3만6000원으로, 작년(3만9600원)보다 10% 떨어졌다.

신 바이어는 “올해는 사과 가격이 오른 탓에 감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상품성이 높은 단감을 많이 확보해 저렴하게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