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 대비하라"…글로벌 대형은행들 플랜B 착수
세계 각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에 대비, 플랜B(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당국들도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국부펀드는 “유로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로존 수뇌부가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재정위기가 동유럽을 넘어 아시아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엑소더스’에 속도가 붙자 이탈리아 등 재정불량국 국채 금리는 연일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포르투갈과 헝가리 벨기에 신용등급이 1주일 새 줄줄이 강등됐다. 유로존 2위 경제국인 프랑스의 등급 강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행 기차에서 내려라

뉴욕타임스는 각국 대형 은행들과 금융감독기관들이 유로존 붕괴에 대비해 비상계획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금융감독청(FSA) 은행국장은 지난 24일 런던에서 열린 금융회의에서 “일부 국가들의 무질서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은행들에 비상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영국 주요 은행들은 비상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미국 금융감독기관들도 씨티그룹 등 자국 은행들에 유로존 투자 및 대출 규모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국내 은행의 국제적인 투자와 대출 규모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홍콩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은행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재정건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유로존 구원투수로 나서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제시 왕 중국투자공사(CIC) 부총재는 “중국이 유럽을 지원하는 주요 채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에 좋은 투자 기회가 있으면 투자하겠지만 간접적인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신임총리 뒷짐만

이탈리아 금리는 연일 ‘디폴트(채무불이행) 저항선’을 넘어서고 있다. 25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7.26%를 기록했다. ‘구제하기엔 너무 큰(too big to bail)’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일정 기간 현 수준을 유지하면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해지고 결국 유로존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 상황에도 취임 열흘째인 마리오 몬티 총리가 재정개혁을 시작조차 못해 비난을 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