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의 경영권 분쟁은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2대 주주인 선종구 회장이 새 회사를 차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선 회장을 퇴진시키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유진그룹의 이런 방침에 대해 하이마트는 '지분 전량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유진그룹은 선 회장이 회사 임원들을 빼내 경쟁사를 차리려 했다고 맞섰다.

하이마트는 24일 "유진그룹의 일방적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改任)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그룹이 경영하게 될 경우 선 회장을 포함한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지분 31.34%를 보유하고 있으며,선 회장(17.37%) 측은 우리사주(6.8%) 등을 포함해 27.6%를 갖고 있다.

하이마트는 이날 본사 직원 20여명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전국 지점장들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대치동 본사에 모여 '유진그룹 경영권 찬탈 철회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하이마트는 당초 25일 하루 동안 전국 304개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가 이날 밤 '각자 본업에 충실히 매진해 달라'는 선 회장의 이메일 당부와 고객 피해를 줄이자는 의견에 따라 휴무방침을 철회했다.

유진그룹은 "매장 휴무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공동대표인 유경선 회장에게는 협의조차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됐다"며 "매장이 문을 닫는 것은 하이마트의 가치를 담보로 고객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또 그동안 유진그룹이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로 하이마트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마트에는 도움이 안되는 유진그룹의 기업이미지(CI)를 광고에 사용하라면서 지난해 연 48억원을 받아갔고,올해는 사용료로 40% 늘어난 68억원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유진그룹은 선 회장이 무리하게 경영권을 요구했고,회사 임원들을 빼내 경쟁사를 차리려 했다고 폭로했다. 유진 측은 "유 그룹 회장이 하이마트 공동대표로 선임됐지만,선 회장이 각자 대표를 요구해 이를 수용했던 것"이라며 "그런 선 회장이 또다시 단독대표로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선 회장이 지난 18일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자신이 하이마트를 떠나 새로운 회사를 차릴 것이니 임원들은 21일까지 동참 여부를 알려달라고 통보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거듭했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이날 하이마트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호소문을 통해 "제가 약속을 깨고 경영참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선 회장의 행위는 대표로서 있을 수 없는 배임행위이고 자본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개인차원의 이권을 계속 향유하기 위해 혼자만의 경영권을 사수하겠다는 무리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총의 표대결과 관련,기관투자가들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지분 1.7%)과 칸서스자산운용(0.28%)은 선 회장 측의 손을 드는 것으로 공시했으며,미래에셋(0.38%) 신한BNP파리바(0.56%) 세이에셋(0.01%) 등은 유진 편을 들고 있다.

이날 하이마트 주가는 장중 하한가까지 떨어졌다가 12.76%(1만1100원) 하락한 7만5900원에 마감했다. 반면 유진기업 주가는 2550원까지 치솟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조미현/박영태/이태호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