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때의 난닝구 빽바지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난리쳤던 선수들이 다 왔더라."

민주당 A의원은 "요즘이 어느 때인데 당원들을 동원해서 의결을 무산시키고 강압적 분위기를 연출하느냐"며 24일 이같이 말했다. 전날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추태를 두고 한 말이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12월17일 야권 통합정당 출범을 위해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통합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단독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당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버스까지 동원해 전남 목포 등지에서 상경한 이들 가운데는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과정에서 모 의원의 머리채까지 잡았던 '전설'의 주인공도 보였다. 주주총회 '총회꾼'처럼 회의에서 강압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정치판의 '특무상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재선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후 이런 구태는 처음 봤다"고 했다.

'난닝구 빽바지' 논쟁은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유시민 의원 등 개혁파로 분류되는 '빽바지' 세력(수도권+친노무현계)과 '난닝구 세력'(구 민주계+호남의원) 간 극심한 노선투쟁을 상징하는 말이다. 난닝구는 2003년 9월 17대 총선을 앞두고 두 그룹이 난투극을 벌일 당시 민주당 사수를 외치며 러닝셔츠 차림으로 회의장에 난입한 구 민주계를 빗댄 말이고 빽바지는 유시민 전 의원이 2004년 4월 흰색 면바지를 입고 의원 선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것을 비꼰 표현이다. 현재 야권 통합을 둘러싼 민주당 내 대결도 '난닝구 빽바지' 세력 간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 대표 등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총선 ·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 통합만이 살길"이라며 12월17일을 D데이로 잡고 통합 전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반면 당권 도전을 준비해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호남 출신인 박주선 최고위원,일부 원외세력 등은 "민주당 지도부를 먼저 뽑고 나서 혁신과통합 및 시민사회단체는 영입 · 입당 · 복당으로 합치면 된다"며 통합 전대에 반대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중앙위를 통한 통합 논의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혁신과통합,시민단체,창조한국당 등 통합정당연석회의 참여세력들은 "민주당 내에서 단독전당대회를 주장하는 것은 통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당 대 당 통합을 위해 이날 가칭 '시민통합당'을 결성했다. 다음달 1일 창당대회를 열고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추진할 수임기관을 의결할 계획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