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창업동아리 출신들, LCD 검사장비 개발 다시 뭉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 홍기현 와이즈플래닛 대표
창업동아리 '애크론' 만들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회사 창업
기술력 눈여겨 본 美회사가 인수
4년뒤 멤버 6명 다시 모여 창업 LCD 이물 검사장비 개발 성공
올해 매출 100억원 전망…"이물질 검사 전문회사로 키울 것"
창업동아리 '애크론' 만들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회사 창업
기술력 눈여겨 본 美회사가 인수
4년뒤 멤버 6명 다시 모여 창업 LCD 이물 검사장비 개발 성공
올해 매출 100억원 전망…"이물질 검사 전문회사로 키울 것"
1993년 KAIST엔 ‘애크론’이라는 창업동아리가 있었다. ‘세상을 알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모임’이라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2006년 대전에 설립된 와이즈플래닛은 바로 이 창업동아리 출신들이 주축이 된 업체다.이 회사는 창업 5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바라보며 성장하고 있다.
2002년 8월. 한여름 뙤약볕이 대전 갑천변을 내리쬐고 있었다. 이곳을 거니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불과 29세의 청년. 아내는 만삭이었다. 이 젊은이는 아름다운 갑천에서 신혼의 낭만을 즐기는 게 아니었다. 뜻밖에도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생각에 젖어있었다.
그 청년이 지금 액정표시장치(LCD)검사장비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와이즈플래닛의 홍기현 대표(38)다. KAIST 출신의 전도양양한 젊은이가 당시 이런 극한 상황에 빠진 것은 왜일까.
대전 신탄진역 부근의 와이즈플래닛. 이 회사는 LCD 등의 검사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전문 용어로 ‘FPD 패턴·이물검사기’라고 한다. FPD는 플랫패널 디스플레이다. LCD 등을 의미한다. 이를 만들때 먼지 등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회로 패턴은 제대로 그려져 있는지를 검사하는 장비다. 조금이라도 먼지가 들어가거나 패턴이 잘못되면 휴대폰이나 넷북 등은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KAIST 출신이 주축이 돼 창업한 업체다. 49명의 임직원 중 사장을 맡고 있는 홍기현 대표를 비롯해 6명이 KAIST 출신이다. 이들은 과거 KAIST 재학 중 학내 창업을 통해 동거동락했던 인연이 있다.
창업을 이끈 홍 대표는 천안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양조장에서 일했다. 집안형편상 도저히 대학에 갈 입장이 안 됐다. 그러던 중 부친은 집안을 한번 일으켜 보려고 양조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게 잘못돼 집안이 파산했고 홍 대표는 더욱 어려워진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며 쪽방에서 공부했다. 그즈음에 KAIST에 입학했다. KAIST에는 발명이나 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어릴 적 이런 분야의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쟁이’라고 불렀다. 이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레 제품 개발의 매력에 빠져들고 마침내 1993년 창업동아리 ‘애크론’을 만들었다. 처음 멤버는 4명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16명으로 늘었다.
졸업 후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애크론을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때가 1999년. 그의 나이 26세였다. 홍 대표의 첫 창업이다. 이때 개발한 장비가 디스플레이용 자동광학검사장비(AOI·Automatic Optical Inspection Machine)다. 홍 대표는 “당시 이 제품은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업체가 독점 생산했는데 우리가 그 뒤를 이어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을 대만업체에 한 대 납품했으나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 더이상 팔기 어려웠고 회사는 자금난에 봉착했다. 빚은 갈수록 불어났다.
2002년 8월. 불과 그의 나이 29세. 그는 한 달 내 30여억원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매일 내용증명이 날아들고 피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갑천변을 서성였던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칠흑같은 밤이라도 태양은 또다시 떠오르는 법. 오랫동안 애크론을 눈여겨보던 미국의 PDI가 애크론 인수를 제안했고 곧 성사됐다. PDI는 애크론의 기술력과 멤버들의 능력을 높이 샀다. 빚을 갚은 것은 물론이다. 홍 대표는 이 회사의 아시아기술센터에서 기술이사로 일했다. 창업 동료들 역시 함께 일했다.
4년이 흘러갔다. 여유롭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도전에 대한 갈증이었다. 동료들과 2006년 4월 와이즈플래닛을 창업했다. 플래닛은 지구를 의미한다. 지구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지혜와 즐거움,그리고 보람을 안겨주자는 뜻이다.
처음에 시작한 사업은 인터넷 콘텐츠 오픈 마켓.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거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양질의 콘텐츠를 모으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그해 말부터 LCD이물 검사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와이즈플래닛은 2년 뒤인 2008년 하반기 제품을 출시했다. 이들은 애크론 시절 쌓은 개발능력에 생산기술과 마케팅 능력까지 보유하게 됐다. 홍 대표는 “첫 제품인 LCD 컨베이어 인라인 복합이물검사장비는 유기 및 무기성 복합 이물질, 패턴 및 얼룩계열 불량 등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장비와는 달리 컨베이어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 대상을 동시에 추적하면서 불량의 원인을 자동으로 파악해낸다”고 덧붙였다.
이 장비를 적용하면 LCD의 가장 큰 불량 원인으로 알려진 이물질을 잡아낼 수 있다. 이물질은 주로 먼지 같은 미세한 물질이다. 기존 외산 제품에 비해 성능은 훨씬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크게 낮췄다. 홍 대표는 “크기를 대폭 줄여 라인 끝에 설치하지 않고 라인 중간중간에 가볍게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CD라인은 클리닝 코팅 포토 에칭 스트립 등 수많은 공정으로 이어진다. 나중에 검사해서 불량이 나오면 어느 공정 때문에 그 불량이 생긴 것인지 찾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중간중간에 이를 검사하면 신속하게 불량을 찾아낼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제품이 출시되자 반응은 괜찮았다. 제품 생산 후 2년 만인 2010년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홍 대표는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발광다이오드(LED),솔라셀 등 정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물모니터링 측정시스템도 개발했다. 통계적 분석을 통해 문제가 있는 라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신속하게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LCD업체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해준다.
와이즈플래닛은 우수한 제품과 함께 고객의 신뢰 구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서비스에 심혈을 쏟고 있다.
홍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해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애프터마켓 위주에서 점차 신규라인용으로 용도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사 대상의 정밀도도 2009년 7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2010년 5㎛,2011년 3㎛ 수준으로 강화했고 2012년에는 이를 1㎛ 수준으로 높일 생각이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은 카메라 및 기구 설계를 비롯해 보드 제작, 광학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자동화장비 및 시스템 설계 제작, 소프트웨어 디자인 개발, 레이저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다. 9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2건을 출원 중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제조업 수율 관리와 공정 모니터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의 열정이 회사의 큰 재산”이라며 “휴대폰 부품 등 모든 정밀 제조 환경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분석·제거하는 이물질 검사장비 토털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경영 포인트
(1) 첨단 검사장비 개발 외길
(2) 10여동안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
(3) 첨단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
2002년 8월. 한여름 뙤약볕이 대전 갑천변을 내리쬐고 있었다. 이곳을 거니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불과 29세의 청년. 아내는 만삭이었다. 이 젊은이는 아름다운 갑천에서 신혼의 낭만을 즐기는 게 아니었다. 뜻밖에도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생각에 젖어있었다.
그 청년이 지금 액정표시장치(LCD)검사장비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와이즈플래닛의 홍기현 대표(38)다. KAIST 출신의 전도양양한 젊은이가 당시 이런 극한 상황에 빠진 것은 왜일까.
대전 신탄진역 부근의 와이즈플래닛. 이 회사는 LCD 등의 검사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전문 용어로 ‘FPD 패턴·이물검사기’라고 한다. FPD는 플랫패널 디스플레이다. LCD 등을 의미한다. 이를 만들때 먼지 등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회로 패턴은 제대로 그려져 있는지를 검사하는 장비다. 조금이라도 먼지가 들어가거나 패턴이 잘못되면 휴대폰이나 넷북 등은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KAIST 출신이 주축이 돼 창업한 업체다. 49명의 임직원 중 사장을 맡고 있는 홍기현 대표를 비롯해 6명이 KAIST 출신이다. 이들은 과거 KAIST 재학 중 학내 창업을 통해 동거동락했던 인연이 있다.
창업을 이끈 홍 대표는 천안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양조장에서 일했다. 집안형편상 도저히 대학에 갈 입장이 안 됐다. 그러던 중 부친은 집안을 한번 일으켜 보려고 양조장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게 잘못돼 집안이 파산했고 홍 대표는 더욱 어려워진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며 쪽방에서 공부했다. 그즈음에 KAIST에 입학했다. KAIST에는 발명이나 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어릴 적 이런 분야의 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친구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쟁이’라고 불렀다. 이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레 제품 개발의 매력에 빠져들고 마침내 1993년 창업동아리 ‘애크론’을 만들었다. 처음 멤버는 4명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16명으로 늘었다.
졸업 후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애크론을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때가 1999년. 그의 나이 26세였다. 홍 대표의 첫 창업이다. 이때 개발한 장비가 디스플레이용 자동광학검사장비(AOI·Automatic Optical Inspection Machine)다. 홍 대표는 “당시 이 제품은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업체가 독점 생산했는데 우리가 그 뒤를 이어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을 대만업체에 한 대 납품했으나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 더이상 팔기 어려웠고 회사는 자금난에 봉착했다. 빚은 갈수록 불어났다.
2002년 8월. 불과 그의 나이 29세. 그는 한 달 내 30여억원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매일 내용증명이 날아들고 피를 말리는 싸움이 시작됐다.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갑천변을 서성였던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칠흑같은 밤이라도 태양은 또다시 떠오르는 법. 오랫동안 애크론을 눈여겨보던 미국의 PDI가 애크론 인수를 제안했고 곧 성사됐다. PDI는 애크론의 기술력과 멤버들의 능력을 높이 샀다. 빚을 갚은 것은 물론이다. 홍 대표는 이 회사의 아시아기술센터에서 기술이사로 일했다. 창업 동료들 역시 함께 일했다.
4년이 흘러갔다. 여유롭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도전에 대한 갈증이었다. 동료들과 2006년 4월 와이즈플래닛을 창업했다. 플래닛은 지구를 의미한다. 지구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지혜와 즐거움,그리고 보람을 안겨주자는 뜻이다.
처음에 시작한 사업은 인터넷 콘텐츠 오픈 마켓.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거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양질의 콘텐츠를 모으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그해 말부터 LCD이물 검사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와이즈플래닛은 2년 뒤인 2008년 하반기 제품을 출시했다. 이들은 애크론 시절 쌓은 개발능력에 생산기술과 마케팅 능력까지 보유하게 됐다. 홍 대표는 “첫 제품인 LCD 컨베이어 인라인 복합이물검사장비는 유기 및 무기성 복합 이물질, 패턴 및 얼룩계열 불량 등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장비와는 달리 컨베이어를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 대상을 동시에 추적하면서 불량의 원인을 자동으로 파악해낸다”고 덧붙였다.
이 장비를 적용하면 LCD의 가장 큰 불량 원인으로 알려진 이물질을 잡아낼 수 있다. 이물질은 주로 먼지 같은 미세한 물질이다. 기존 외산 제품에 비해 성능은 훨씬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크게 낮췄다. 홍 대표는 “크기를 대폭 줄여 라인 끝에 설치하지 않고 라인 중간중간에 가볍게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CD라인은 클리닝 코팅 포토 에칭 스트립 등 수많은 공정으로 이어진다. 나중에 검사해서 불량이 나오면 어느 공정 때문에 그 불량이 생긴 것인지 찾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중간중간에 이를 검사하면 신속하게 불량을 찾아낼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제품이 출시되자 반응은 괜찮았다. 제품 생산 후 2년 만인 2010년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홍 대표는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발광다이오드(LED),솔라셀 등 정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이물모니터링 측정시스템도 개발했다. 통계적 분석을 통해 문제가 있는 라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신속하게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LCD업체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해준다.
와이즈플래닛은 우수한 제품과 함께 고객의 신뢰 구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장 서비스에 심혈을 쏟고 있다.
홍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해 “판매처를 다양화하고 애프터마켓 위주에서 점차 신규라인용으로 용도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검사 대상의 정밀도도 2009년 7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2010년 5㎛,2011년 3㎛ 수준으로 강화했고 2012년에는 이를 1㎛ 수준으로 높일 생각이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은 카메라 및 기구 설계를 비롯해 보드 제작, 광학 디자인과 시뮬레이션, 자동화장비 및 시스템 설계 제작, 소프트웨어 디자인 개발, 레이저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다. 9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2건을 출원 중이다.
홍 대표는 “앞으로 제조업 수율 관리와 공정 모니터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의 열정이 회사의 큰 재산”이라며 “휴대폰 부품 등 모든 정밀 제조 환경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을 분석·제거하는 이물질 검사장비 토털 전문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경영 포인트
(1) 첨단 검사장비 개발 외길
(2) 10여동안 호흡을 맞춰온 동료들
(3) 첨단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