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간편가정식(HMR) 시장을 놓고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1~2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 증가에 힘입어 HMR 시장이 매년 30% 넘게 성장하자,대형마트가 주도하고 있는 이 시장에 훼미리마트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 빅4'가 일제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4개 편의점의 점포 수가 2만개에 육박하는 데다 편의점을 주로 찾는 고객이 HMR의 주소비층인 대학생,'솔로' 직장인,맞벌이 부부란 점에서 향후 HMR 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6400여개 점포를 거느린 훼미리마트는 신세계푸드 및 아워홈과 손잡고 된장찌개 부대찌개 닭볶음탕 등 10종의 HMR을 개발,24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50%를 육박하는 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요리에 드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쓴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 HMR 시장은 당분간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편의점은 직장인 등이 퇴근길에 쉽게 들러 저녁거리를 장만할 수 있다는 점에서 HMR과 '궁합'이 맞는 유통채널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훼미리마트는 '나홀로 가구'를 겨냥,대학가 오피스텔 사무실 원룸 인근에 자리잡은 3400여개 점포를 1차 사업 대상지로 삼았다. 가격은 된장찌개 2500원(300g),닭볶음탕 4900원(300g),부대찌개 7900원(530g) 등으로 대형마트보다는 다소 비싸다. 훼미리마트는 내년 초 올갱이국 추어탕 등 20여종을 추가하고 HMR 전용 매대도 전체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GS25도 HMR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아워홈 및 만화가 허영만 씨와 손잡고 선보인 HMR 브랜드 '식객' 판매량이 목표보다 30% 이상 더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GS25는 부대찌개 갈비탕 등 5종인 HMR 품목 수를 내년 상반기 중 2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내년 초 HMR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세우고,롯데의 식품 계열사인 기린 등과 20여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죽과 국뿐 아니라 장조림 등 반찬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니스톱도 내년 상반기 중 덮밥과 스테이크 등 6종의 HMR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대형마트들은 접근성을 앞세운 편의점들의 도전에 다양한 메뉴와 맛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이마트는 유명 '맛집' 및 식품업체와 제휴를 맺고 240개 안팎인 HMR 메뉴 수를 내년 40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HMR은 식품 전문가와 주부,회사 경영진 등으로 구성된 '맛 평가단'의 검증을 통과한 제품이어서 '맛'에선 편의점들이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한식에 이어 태국 일본 중국 인도 멕시코 등 해외 요리로 HMR 아이템을 늘려가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11개 점포에 숍인숍 형태로 마련한 'HMR 전용 매장'을 연말까지 20여개로 확대하고,200개 안팎인 상품 수도 270개로 늘리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영국 등 선진국에선 대형마트 식품매출에서 HMR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지만 국내에선 5%도 안된다"며 "HMR의 성장성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HMR(간편가정식)

home meal replacement.조리 즉시 냉장 · 냉동해서 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가정식 대용품을 말한다. 크게 요리류(볶음밥 스파게티 등)와 탕류(육개장 부대찌개 등)로 나뉜다. 핵가족화와 고령화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