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립묘지 안장 검토…'병인양요 관련 저술 마무리해달라' 유언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들을 반환받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재불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22일(한국시간 23일) 프랑스에서 타계했다.

향년 83세.
지난 8월 파리에서 수술을 받은 박 박사는 파리시내 15구 잔 가르니에 병원에서 요양을 해오던 중 이날 밤 10시4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6시40분)께 별세했다고 병원과 유족 측이 전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일단 박 박사의 빈소를 주불한국문화원에 차린 뒤 유족 등과 장례절차를 논의할 방침이다.

천주교 신자인 박 박사는 결혼을 하지 않아 직계가족이 없으며, 평소 자신이 숨지면 화장해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변에 유해를 뿌려줄 것을 당부해왔다고 친지들은 말했다.

박 박사는 유언으로 그동안 준비 작업을 해온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 - 2편'의 저술을 마무리 지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정부는 박 박사가 1967년 발생한 동백림 사건 이후 프랑스로 귀화했지만 외규장각 도서 반환 등 국가적 공로가 큰 점을 인정,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박사는 작년 1월 경기도 수원 성빈센트병원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10개월 만에 파리로 돌아와 병인양요 관련 저술 준비작업을 계속해왔으며, 지난 6월에는 외규장각 귀환 환영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 박사는 그동안 병세가 악화돼 2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으며, 지난 19일부터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박사는 1972년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사서로 근무할 당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의 존재를 처음 발견해 '직지 대모'란 이름을 얻었으며, 1979년에는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확인해 국내에 알림으로써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워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