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전15기' 사시 최고령 합격한 56세 오세범 씨
"4~5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14년이 걸렸네요. 마라톤까지 완주했던 체력인데 나이들었다고 안 될 건 없다고 봐요. "

법무부가 22일 발표한 올해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에는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최고령으로 합격한 오세범 씨(56 · 사진)다. 일반 기업에서는 정년퇴직을 했거나 준비할 나이에 법조인으로서 새 인생을 준비하게 된 셈이다. 오씨는 "분쟁이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중재하고 화해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며 "나이 들어서라도 꿈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씨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74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해 운동권의 길을 걸었다. 1977년 '유신정권 타도' 시위로 징역 2년형을 받고 옥중에서 유신철폐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추가로 2년형을 더 받았다. 1979년 8 · 15 특사로 풀려났지만 다시 반독재 운동을 하다 또 1년 반가량 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 보일러 기술을 배워 보일러공으로 3년 정도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회사에 노동조합을 만들다가 해고됐다. 법무법인 다산에서 3년 동안 상담실장으로 근무하고,내일신문에서 3년 동안 기자와 업무실장 등으로 일하기도 했다.

오씨는 "재충전을 하고 싶어 1997년 신문사를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며 "'내가 변호사를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딸 둘을 둔 가장이다. 오씨는 "학습지 교사를 하는 아내가 뒷바라지를 해줬다"며 "두 딸이 사춘기 때 엄마 고생시키는 아빠를 원망도 했을 것"이라며 미안해했다. 현재 큰딸(26)은 의사,둘째딸(25)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소위로 근무하고 있다.

오씨는 주로 서울 신림동 고시촌 독서실과 학원 등에서 공부했다. 그는 "중간에 계속 떨어질 때와 특히 2차에서 막차로 떨어질 때 힘들었다"며 "그러나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도 아니고 중반에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됐다고 생각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중간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력만 한다면 다들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