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순익ㆍ고객만족도 카자흐 1위 되겠다"
"올해 1000만달러의 흑자로 돌아서고 내년엔 흑자폭이 3000만달러 정도로 늘어날 것입니다. "

국민은행이 지분 41.93%를 갖고 있는 카자흐스탄 현지은행 뱅크센터크레디트(BCC)의 블라디슬라브 리 행장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카자흐스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데다 국민은행의 선진 경영기법이 접목되고 있어 경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BCC가 지금은 카자흐스탄 5위지만 국민은행의 핵심역량 전수가 마무리되는 2~3년 뒤엔 당기순이익이나 고객만족도 등의 분야에서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봅니다. "

BCC가 국민은행의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08년 9392억원을 투입해 BCC 지분을 인수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BCC의 부실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BCC에서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 BCC는 작년에만 2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국민은행은 이 때문에 BCC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철수 대신 정상화를 택했고 그 성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

BCC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8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는 무난히 10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연체율이나 무수익여신비율 등도 낮아지고 있다. 몇 년간 BCC를 짓누르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어서다. 현지은행 가운데 개인대상 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BCC로선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3년 전 400달러에서 최근 600달러까지 높아진 것도 BCC를 턴어라운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쿠앗 코작메토프 카자흐스탄 금융감독원장은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와 피치가 카자흐스탄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BCC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질문에 특정 은행에 대해 코멘트하기 어렵다면서도 "재무제표를 포함한 각종 수치들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BCC가 요즘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국민은행의 경영기법 도입이다. 알마티 본점은 물론 카자흐스탄 내 180개 지점은 기존 시스템을 국민은행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우선 대출영업과 심사를 분리하고 있다.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부실여신 방지를 위한 별도 부서도 신설했다. 또 조직을 개편하고 업무 위주로 임직원을 평가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BCC 내에 코리안 데스크를 설치,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리 행장은 "국민은행 시스템이 정착되면 중장기적으로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최고의 은행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국민은행은 BCC 경영이 안정되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로 진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BCC는 자회사로 러시아에 'BCC 모스크바'를 갖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과 우크라이나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서기열 BCC 상임이사는 "법인을 세워 지점을 하나씩 늘려가는 방법이 아니라 현지 은행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의 해외 진출은 한국 금융계에 소중한 경험"이라며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의 금융영토를 넓히는 데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알마티(카자흐스탄)=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