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임원 10% 감축…대형 船社도 '휘청'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임원을 감축하고 급여를 반납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세계적 해운시황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유동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업황 회복이 더디게 이어지면서 추가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중소 해운회사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진해운,임원 수 줄이고 조직개편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올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9명의 임원을 해임했다. 임원 승진은 4명에 그쳐 5명의 임원이 줄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컨테이너 사업부 담당 부사장을 교체하는 등 조직도 개편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에서 10명에 가까운 임원이 한꺼번에 퇴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올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구조조정 차원의 결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임원 51명 전원은 지난달부터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이 임원감축과 급여반납 등에 나서는 것은 시황 악화에 따른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올 들어 총 500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대상선STX팬오션 등 다른 대형 선사들도 3분기 각각 981억원과 5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실적악화에 직면한 대형 선사들이 희망퇴직 등 인력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해운 3사는 "현재로선 직원을 감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 · 운임하락 이중고

해운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유가가 급등한 데다 선박 과잉공급으로 운임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운사 선박 운항원가의 25~3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 벙커C유 가격은 지난 4일 3년 만에 t당 700달러를 넘어선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21일까지 평균가격도 648.83달러로 지난해 평균인 465달러를 40%가량 웃돈다.

세계 해운시장에선 선박이 넘쳐나면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등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1만TEU급 선박을 공격적으로 투입하면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컨테이너선의 경우 3분기는 물동량과 운임이 같이 증가하는 성수기이지만 실적이 부진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벌크선도 공급 과잉에 따른 후유증은 마찬가지다. 올 들어 9월까지 건화물선 해상물동량은 4% 정도 늘어난 반면 선박량은 13%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올 들어 10월 말까지 평균 1488을 기록,지난해 대비 반토막났다.
한진해운, 임원 10% 감축…대형 船社도 '휘청'
◆중소조선사 도미노 도산 재현되나

해운 시황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전망이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선박 공급과잉으로 내년 연평균 BDI는 1600~1800에 머무를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 들어 BDI가 소폭 회복됐지만 내년에는 회복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선박량 증가율 역시 2014년까지 수요를 넘어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체력싸움에 지친 중소 해운사들의 추가 도산 우려도 나온다. 올 상반기 법정관리를 신청한 해운사는 대한해운,삼호해운,양해해운,조성해운 4개다. 대형 해운업체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선주협회에 등록된 190여개 해운사 가운데 수십개가 '백기'를 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