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소 관계자들이 한국기업들의 개선점으로 지배구조와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22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해외 예탁증서(DR) 발행포럼에 참가한 미국, 홍콩, 런던 등 해외 거래소 관계자들은 "한국기업들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해외 증시에 상장,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선 기업 지배구조와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로스 뉴욕멜론은행 메니징 디렉터는 "한국기업들의 국제 시장 진출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지배 구조 등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잘 전달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이 보다 개선돼야 세계 투자가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베카 스미스 나스닥OMX(NASDAQ OMX)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장유치담당 상무도 "해외 증시에서 투명성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다"며 "기업들의 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빈번하게 투자가들에게 알릴 때 투자 및 상장한 DR의 거래량이 늘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보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자가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시에 런던거래소 아시아 담당 부장은 "한국 기업의 경우 언어와 문화가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애널리스트와 투자자 그룹에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개선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상장을 시도할 경우 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로스 매니징 디렉터는 "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선 가볍게 생각해선 안된다"며 "주가 변동폭 축소, 회사 가치 상향,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사전 포석 등 보다 전략적인 목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릭 랜디어 홍콩거래소 상장유치담당 상무도 "기업이 런던, 나스닥, 홍콩 등 증시마다 투자자 층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서 상장할 시장을 선택해야 한다"며 "며 "국내 내수에만 집중하는 내수기업이라면 해외증시에 상장할 필요가 없겠지만 해외시장을 공락하고 수출을 많이 한다면 해외 진출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의 경우 기관투자자 비율이 90% 수준인 전문적인 시장인 반면 홍콩시장은 65%가 기관투자자, 나머지 35%는 개인투자자로 구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회계 부정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중국기업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크게 발목잡히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레베카 스미스 상무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거래 성과를 내고 있고,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를 성숙한 시장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중국기업들의 회계 스캔들은 성장하는 신흥시장이 선진국에 진입하는 통과 의례로 본다"고 말했다.

이 시에 부장은 "런던에 상장한 삼성전자, KT, 태웅 등 한국 기업들은 인기가 높고, 신뢰도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런던 증시에 상장된 16개 한국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220억달러 규모로, 월평균 600만주가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부정을 판단할 수 있는 변별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릭 랜디어 상무는 "중국기업의 회계 문제는 한국뿐 미국, 캐나다, 홍콩 등지에서도 불거졌다"며 "각 거래소가 중국기업의 상장 시 기업이 제출한 회계의 표면적인 수치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콩 거래소의 경우 언어, 문화적으로 중국 본토와 가깝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어 이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