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前 한전 사장 "韓電 전기료 결정에 정부 왜 왈가왈부 하나"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아 2조8000억원의 손실을 회사에 끼쳤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김쌍수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사진)은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한전 이사회가 정부와 협의하지 않고 '전기요금 12% 인상안'을 제출한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얘기다.

김 전 사장은 21일 "한전은 주주가 있는 엄연한 주식회사"라며 "정부가 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주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전 이사회의 이번 전기요금 인상 결정은 주식회사의 (운영)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는 지난 8월 한전 소액주주들로부터 원가 수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책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상태다. 재판은 1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사장은 "한전이 여러 차례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거부했다"며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구두'로 거부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부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자기 보호를 위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사장으로 있을 때 전기요금을 올리기 위해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한전 사장과 이사들이 정부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밥 사고 술 사고 로비하라는 뜻이냐.아니면 정부청사 앞에 드러눕기라도 하라는 말이냐"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그런 행태가 통하는 사회는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전기요금이 공공요금의 성격을 띠긴 하지만 한전 주식의 절반가량은 민간에 있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는 행태가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액주주들이 나만 고소했으나 책임은 이사회 전체에 있는 만큼 소송 범위를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소송 대상이 이사회멤버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고 느낀 것도 한전 사외이사들이 전격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안을 내놓은 이유의 하나일 것이라는 얘기다.

현행 전기요금은 '원칙'으로는 한전 이사회가 인상률을 의결해야 하지만 관행적으로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간 협의를 통해 결정돼 왔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경부와 재정부가 합의한 인상률은 한국전력 이사회를 거친 뒤 지경부 산하 전기위원회 승인과 지경부 장관 서명을 거쳐 시행된다. 그러다 보니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돼 생산원가 대비 수익비중을 뜻하는 원가회수율은 현재 90.3%에 불과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